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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비산~봉화산~망령산~석화산
만산에 진달래 그리고,온 산하에 벚꽃이 난분분할 무렵의 산행 이후
두 달을 훨씬 넘긴 뒤의 산행이다.두개비산에서 봉화산으로,
망령산으로,석화산으로 이어지는 산행,네 개의 멧부리를 당일
산행으로 오르는 산행이다.야구로 치자면 1안타 4타점이니 홈런을
친 경우와 같지않은가.이와같은 네 개의 산 중에서는 망령산이
가장 높은 멧덩이니 우두머리 산으로 대접하는 것이 맞지싶어
타이틀 롤로 삼아본다.
망령산(望嶺山)은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 위치하고 있는
해발 395.5m의 비교적 야트막한 산이다.
'비교적'이란 표현이 무색할만큼 홍천군 일대에는 1000m급의
고산준봉이 즐비하며 아마추어 산꾼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명산 또한 부지기수가 된다.그에 비하면 망령산은 규모나 높이로
보아서 언덕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행색이니 눈여겨 보지 않았다는게
설득력이 있다.
망령산의 산줄기는 홍천읍내 북편에 남북으로 기다랗고 부드럽게
놓여있으며 그닥 고산준봉은 아닐지라도 시가지의 후광노릇도
겸하고 있다 하겠다.산행경로는 날머리인 두개비산을 깃점으로
봉화산과 망령산을 오른 뒤 석화산을 피날레로하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오전 9시 남짓,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홍천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하니 터미날 뒷편(북쪽)으로 두꺼비가 웅크린 것처럼 보인다는
두개비산이 비취빛 보석처럼 햇살에 반짝인다.
홍천여고 정문 앞을 지나서 학교 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비취빛 숲을
겨냥하여 걷다보면 '희망사거리'바로 못미쳐 좌측으로 날머리가
손짓한다.교차로 너머 저만치 왼쪽 비탈에는 감룡사 범종각의 황금색
기와가 햇살에 반짝인다.
사각의 정자가 서 있는 곳 옆으로의 데크계단이 초반산길을 안내한다.
데크계단이 다하면 구들장만한 널찍널찍한 평석을 깐 길이 나오고
산길가에는 운동기구들도 간간이 얼굴을 내민다.
2층누각의 팔각정이 서 있는 공터로 들어설 무렵,갑자기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갑작스런 비명소리의 진원지는 공터의 잔디밭으로 썬팅을
즐기던 살모사를 발견한 청아대장,갑자기 나타난 외지인들 때문에
썬팅을 방해받았다며 투덜거리며 잔디밭을 빠져나가려는 살모사는
간신히 새끼신세를 벗어난 작은 놈에 불과하다.비명소리에 비하면
살모사의 덩치가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뱀들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어요! 청아형이...'
머쓱해하며 팔각정(송학정)을 오르는 청아대장과 내명의 부연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살모사는 쉽사리 썬팅장소를 내주려하지 않는다.
툭 건드려보니 작은 머리를 바짝 곧추새우며 입을 벌리며 한 번 물어버리
겠다는 호승심과 투쟁의욕을 드러낸다.
구렁이나 무자치처럼 독(毒)이 없는 뱀들은 인기척이라도 있을라치면
놀라서 꽁지가 빠지게 풀숲으로 도망치기 마련인데 맹독으로 무장한
독사들의 반응은 그와는 판이하게 다른 법이다.
지금 보이고 있는 그 반응이 독사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거다.
송학정을 내려서면 산길가에 '석화산성지(石花山城址)'를 알리는
정방형의 검은 표석이 눈길을 끈다.석성의 흔적이랄 것도 없이
표석 주변의 덤불 틈새로 드문드문 보이는 희미한 돌무더기들과 함께
축성시기가 삼국시대 이전일거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전부다.
'석화산성지'를 뒤로하면 곧바로 2층전각이 또 모습을 드러낸다.
두개비산 정상이다.해발 260m,멧부리의 해발고도에 비하면 덩치가
우람한 빗돌이 상대적으로 거석 빗돌임을 실감한다.
2층누각에서의 조망을 외면할 수가 없다.은빛의 홍천강이 가로 흐르고
강건너 초록 띠를 두른 남산의 진초록 산줄기가 홍천강과 어우러져
산자락의 홍천시가지를 아름답게 보듬고 있다.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물은 그릇을 닮는다.국물은 부엌을 닮고,우물은 마을을 닮으며
강물은 언덕을 닮는다고,.......'
'두개비'는 두꺼비의 강원도식 사투리가 아닐까,등산로를 오르내리는
인근의 주민을 만나면 잊지않고 그 어원을 물어보리라.두개비산의
정수리를 내려서면 산길은 송림으로 그윽한 테레빈(송진)향취와
맞춤맞은 솔가리 그리고 솔가지사이로 은빛햇살이 연출한 기하학의
오묘한 무늬가 산길을 한결 격조높은 숲길로 탈바꿈시켜 놓는다.
두 기의 묵묘곁을 비켜지나면 곧바로 공동묘지옆을 지나가게 되며
언덕같은 오르막을 올라서면 정방형의 평상이 자리한 멧부리에
비로서 닿는다.
'말고개 1.2km'를 알리는 이정표의 지시대로 산길을 잇는다.
여전하게 숲길은 소나무들이 일궈놓은 구도대로,그윽한 테레빈향,
어머니 품속에서 맡아보았던 젖내와 땀내가 뒤범벅이 된 그립고
구수한 땅 내, 아늑하고 포근하니 스스럼이 없게되며 부담스럽지
않으니 자유로움이 솟아난다.누가 먼저 알아채고 말했던가,
대지는 어머니의 품속이라고...
산길이 네 곳으로 갈리는 널찍한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멧부리,
사각의 정자쉼터가,여러 기의 운동기구가 함께 자리한 사거리봉에서
우측의 오르막 산길을 따른다.그윽하고 호젖한 소나무 그늘을
코를 벌름대며 걷다보면 저만치 아치형의 육교가 내려다 보인다.
말굽고개(마지기고개),홍천읍내와 북방면을 잇는 도로가 넘나드는
고개다.고개를 넘나드는 차도가 마치 말발굽 형태로 구불거리며
넘나든다해서 붙여진 이름일게다.
말굽고개의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서 소나무 숲길을 조금 걸으면
이내 오르막 산길이 기다린다.들머리를 들어서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된비알이라면 그렇고 어쨋든 기중의 된비알이다.
무성한 소나무그늘사이로 갈지자의 된비알을 올려치면 멧부리는
낙엽과 솔가리로 뒤덮힌 움푹패인 구덩이, 이곳을 조금지나면 삼거리
갈랫길이 나 있는 멧부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석화산방면을
가리키는 우측으로 진행을 한다.
능선 왼쪽 숲은 거뭇한 숲 그늘을 이루고 있는 잣나무 숲이다.
잣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윽한 향내와 숲 그늘이 생산해낸
티없이 맑은 청량감이 더할나위없이 시원하다.
이어서 내놓은 멧부리가 해발 399m의 봉화산,사위는 소나무와
그밖의 잡목으로 가려져 있어서 주위 조망은 기대할 것이 없으며
멧부리 한 가운데에는 삼각점이 잡초와 검불에 살짝 숨어있다.
기대할만한 조망을 보여주지 않는 봉화산 멧부리를 내려서면
'전선침투교장'이라고 써 있는 입간판이 불쑥 얼굴을 드러낸다.
군교육장소가 시작되는 모양이다.'종합강의장'이란 입간판이
서 있는 교육장소를 지나면,'지뢰지대'라는 위험표시판이 서 있으며
산길 저만치 나무그늘아래 군데군데 땅에 묻혀있는 지뢰가 슬쩍슬쩍
엿보이기도 한다.'철책구간'까지 뒤로하면 이내 사각의 정자쉼터에
닿게된다.삼거리봉 쉼터,우측의 산길은 석화산을 경유하여 홍천군청
방면으로의 하산로,망령산은 좌측의 산길을 이어나가야 한다.
삼거리봉 쉼터 주변으로는 운동기구들이 드문드문 세워져있는데,
초로의 한 사내가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쉼터 앞에는 네 개의
작은 구덩이가 파여 있는데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중이란다.
필요한 자재를 지고 온 알루미늄 지게도 덩달아 그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석화산 숲길'이라고 명찰을 단 산행안내 팻말이
망령산이 1.78km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린다.
망령산 멧부리까지의 왕복시간은 대략 1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차분하게 이어지던 산길 주변으로 또 다시 군훈련장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벌건 맨땅이 드러 난 공터 맞은 쪽에 철모를 쓴
세 명의 초병(모조품)이 참호에서 불쑥 모습을 나타내더니
조금 더 산길을 따르니 또 한 명의 초병이 참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땡볕이 쏟아져 내리는 허름한(?) 헬기장을 지나면
밋밋하던 산줄기가 슬그머니 작은 멧부리를 하나 내놓는다.
기다란 의자 두 개가 준비되어 있는 멧부리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다.북진으로 이어지는 진초록의 산줄기가 출렁이며
끊어질듯 가라앉을듯 끝없이 이어나간다.울룩불룩한 초록의
난바다여! 일렁이는 바람을 맞이하였는가,비취빛 초록의 파고가
고요함속에 출렁거린다.
산등성이 좌측으로는 자작나무 숲이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하고
우측으로는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모습이다.
붉은 깃발이 꽂혀있는 숲길을 뒤로하면 이내 망령산 정상에
닿게 된다.해발 395.5m의 멧부리는 베개를 뉘어놓은듯이
길쭉하고 밋밋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참나무 등의 활엽수들로
멧부리에서의 조망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거칠고 힘겹고 지루한 산행을 거친 상태라면 심한 갈증으로
물을 찾게 마련이고 허기에 음식을 갈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비교적 그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음일까,
다들(청아,달거,내명,나) 그에 대한 간절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그렇다고 배낭에 지고 온 행동식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꼭 거쳐야 하는 뒤풀이를 생각해서라도 이른 감은 있지만
배낭속을 정리 할 필요가 있지싶다.
인증샷을 마치고 산길을 되짚어 삼거리봉으로의 퇴각을 서두른다.
이제는 삼거리봉 쉼터를 출발하여 석화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뒤
곧바로 내려 설 홍천군청 주변에서 피날레를 장식할 참이다.
삼거리 쉼터를 뒤로하면 산길 왼쪽으로는 온통 벌목지대가
펼쳐진다.완만한 내리막 산길은 콧노래가 저절로 터져나올듯이
한가롭고 아늑하며 호젖하기까지 하다.
산길 옆 우거진 소나무 그늘아래 팔각정이 호젖하게 자리잡고 있다.
배낭의 잔여분을 마저 비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팔각정을 뒤로하는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벌목지역을 일별하며
하산길을 재촉하는 네 사내들의 발걸음은 우화등선을 꿈꾸는듯이
진양조에서 중모리 장단으로,중모리에서 진양조로 바뀌는가 하면
갑자기 중중모리로.코발트빛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꽂혀대는
은빛햇살이 숲의 지배자들의 손길따라 금빛으로 쪼개져 산길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홍천시가지의 높고 낮은 건물들이 머리끝에서부터 시나브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일렁이는 바람결에 인적의 소음이
실려온다.서양말로는 화이트 노이즈라고 하는 속계의 소리인
백색소음,적절한 수준의 소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외부세계에
인간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무언의 외침인거다.
민가 바로 뒷전의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공동묘지를 지나면
쉼터 정자와 기다란 의자가 그 앞으로 여남 짓 놓여있는 공터에
이른다.석화산 멧부리인 셈인데,멧부리 꼭지점은 우측 바로
여남은 걸음의 오르막 끝머리에 있다.너덧평의 공터에 잡풀만
우거진 여느 무명봉의 미답봉처럼 특징도 조망도 기대할 수 없는
유명무실의 멧부리라고 지청구대면 야박하다 할 지 모르겠다.
그 곳을 빠져나와서 남새밭 곁을 지나면 곧바로 시가지와
만난다.홍천군청을 사이로 좌우로 들고나는 산길이 나 있으니
편리한 길을 따르면 된다.숲길을 빠져나오니 한낮의 여름열기가
후끈달아 오른다.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도시의 아스팔트와
인도의 보도블록에서 피워오르는 열기에 조금전까지 누렸던 숲길이
아쉽기만 하다.금룡사 입구를 지나치고 아침녘에 거쳤던 들머리를
지나가게 되며 역시나 홍천여고 곁도 우정 지나가게 된다.
뒤풀이는 생략하고 그냥 버스에 오르는 게 좋지 않을까,아니야! 아쉬운데
그냥 헤어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버스출발시간도 넉넉하게 남아있으니
시간보내는 셈치고 자리 한 번 잡아보세, 갈증은 다소 느끼고 있기에
막걸리나 두어 잔 마셔볼까 하는 마음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음식주문이 그럴 수야 없지,제대로 주문해서 제대로 먹고 마시고,
모자라면 더,남으면 남기고....
막걸리의 침전물을 흔들어야 하네,아니야! 흔들어 마시면 못 쓰네,
흔들지 마시고 침전물의 맑은 것만 마셔야지 그렇지 않고 흔들어서
뿌옇게 해서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네, 뒤풀이 좌석이 좌우대립처럼,
당파싸움처럼 요설이 난무한다.
그래서 여지껏 귀동냥으로 듣고 본 지식이 어떠한지 인터넷의 지식을
한번 더 이것저것 훑어본다.
막걸리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베타시토스테롤'은 위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본래 '베타시토스테롤은 콜레스토롤 개선
및 전립선 건강에도 효능이 있는 물질이라고 한다.
특히,이러한 성분들은 막걸리 병 바닥에 유산균과 함께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막걸리는 가능하면 흔들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스쿠알렌'이 풍부해 항산화 및 항암,항종양 등에 효과가 탁월하며
'파네졸'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성분은 암세포를 억제하는데
효과를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주당들이 건강을 위한다면
주량은 하루에 딱 한잔만(막걸리잔)을 마셔야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주당들에게 딱 한잔을 마시고 잔을 엎기란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것이 쉬운 선택이 아니듯이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취하기도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으면 되지 않겠나,
그러면 음주로 인한 심적갈등은 사라질거다.
그러나 잔뜩 우거진 숲속에서 토끼같은 짐승을 찾아내 잡으려면
사냥개가 필요하듯이,사람의 깊숙한 오장육부속의 말(言)이나 마음(情)을
끄집어 내려면 술보다 더 효과를 나타낼 보약은 없지싶다.
통(言)하고 나누고(情) 어울리는 세상을 누리려면 이만한 약재가
어디 있는가,
이러구러 산행 뒤풀이를 마친 네 사내들(청아,달거,내명,나)은
버스출발시간의 착오로 홍천에서 원주로 간 뒤 버스를 바꿔타고
수원으로 향하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여름의 낮 길이는 길기도 하지,너덧 시간 산행을 하고, 뒤풀이에,
우여곡절까지 겪었어도, 해는 서녘의 중간치에 머물러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