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인벤션"(Invention)"은 그 지고한 예술성으로 오늘날은 바흐 음악의 극치로 꼽히고 있지만
본래는 단순히 교육적인 목적으로 작곡 되었다. 바흐는 1723년 자필악보에서 "클라비어의 애호가,
특히 학습자들이 2성부로 명확하게 연주하는 기법을 배우고 더욱 숙달이 되면 3성부에 있어서도
올바른 연주를 할 수 있게 하며 그와 동시에 인벤치오(Inventio)를 터득하여 그것을 능란하게 전개할
뿐만 아니라 칸타빌레의 주법을 익혀 작곡의 예비지식을 얻는데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는 입문서" 라고
인벤션에 관한 설명을 붙이고 있다.
전 30곡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중에서 2성에 의한 15곡을 "인벤션"이라 부르고 3성으로 된 15곡의 인벤션을
특히 "신포니아(Sinfonia)"라고 부르고 있으나, 30곡을 통틀어 "인벤션"으로 통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신포니아란 특별한 형식의 악곡이라기 보다는 바로크 시대에 여러 기악곡에 흔히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인벤션이란 명칭은 바흐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자필원고에 쓰인 인벤치오 라는 말을 일반화시킨
것인데 "창의" 또는 "착상"이란 뜻이다.
[인벤션과 신포니아]는 가장 간결한 방식으로 바흐의 특성을 드러내는 곡으로 굴드의 연주는 (여전히)
명확하고 또렷하며 (유난히) 조심스럽다. 그 조심성은 각기의 음이 자기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듯,
마치 악보의 순수함을 훼손하기 싫어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순수한 화음을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연주하는 그 순간, 진실과 거짓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특이한 시공간에서부터 날아오는 [인벤션]의 화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이며, 건반을 두드리는 방법 이외에도 음반을 통해 바흐를 형상화하고 그 위대한
순수함을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탁월한 시도이다. 이 음반에서의 바흐는 [모순의 공간에서 날아드는 순수와
질서의 음계]. 정말이지 굴드는 해 내 버렸다...
이 음반은 감독이자 작가 겸 주연 배우를 맡은 "전방위 아티스트 글렌 굴드" 가 내놓은 역작으로서, 대사가
없는 라디오 다큐-드라마이고, 커튼이 드리워진 채 진행되는 무언극이다. 문학적 상상력과 음악적인 명연주가
전무후무한 합체를 이루어 낸 놀라운 성과에 대고 누구누구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따위의 말은 쓸데없는 소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