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시인입니다
한결추천시메일을 4060여회에 걸쳐 보내 왔습니다
좋은 작품을 함께 읽고 시적 공감을 갖겠다는 일념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imim0123
위 블로그로 오시면 그간 보냈던 많은 시들과
자료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좋은 그림은 물감을 많이 섞어 보아야 그릴 수 있고
좋은 여행은 오래도록 길을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셔서 좋은 시들과 마음을 합치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결추천시메일-4067 ( 홍성운 作 / 가을 끝이 보인다)
가을 끝이 보인다
홍성운
이따금 바스락
이따금 살그랑
느티나무 그늘에 가을이 깊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머뭇머뭇
구름 몇 점
손가락 튕겨본다 끄덕하지 않는다
입바람 불어본다 요동하지 않는다
바람이 건듯 불더니 단풍잎 우수수 진다
땅과 하늘 사이
사람과 나무 사이
온갖 색소 풀려 있다
소리가 풀려 있다
낙엽이 소리를 끌어
가을 끝이 보인다
홍성운 시조집 『버릴까』, 《푸른 사상》에서
(사진은 치악산 단풍든 모습입니다)
나는 홍성운 시인의 시조 「가을 끝이 보인다」에서 빈 여백의 화폭에 잘 그려진 수묵화 한 점을 마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따금 바스락 / 이따금 살그랑 / 느티나무 그늘에 가을이 깊어졌다 " 고 말하는 묘사는 하늘과 나무 그리고 시인의 마음이 한 몸이 되지 않고는 쉽게 다가서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다. 더군다나 "손가락 튕겨본다 끄덕하지 않는다 / 입바람 불어본다 요동하지 않는다 / 바람이 건듯 불더니 단풍잎 우수수 진다"라고 느낀다는 것은 이미 시인이 나무가 되어 있고, 하늘이 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때문에 바람이 건듯 불어오는 그 미풍까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가을을 바라보는 마음을 그냥 풍경만 바라보고 경치만 바라본다면 그 의미가 퇴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홍성운 시인은 "낙엽이 소리를 끌어 / 가을 끝이 보인다"라며 낙엽 구르는 소리를 통해 가을의 모습을 완성 지어 놓았다. 적어도 나는 이러한 발상의 시조라야 시조가 시조로서의 참맛을 풍긴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