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며 거칠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상대에게 이해하는 척, 쿨한 척 사태를 수습하고 난 후 후폭풍이 몰려왔다.
가슴이 꽉 조여오면서 뒤이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내 감정적 진실은 전혀 이해되지도, 쿨할 만큼 별일 아닌 것도 아니었던 거다.
왜 이해되지도 않으면서 이해하는 척, 충격 받았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했을까?
그러고 보니 많은 관계에서 이런 식의 방어를 하고 있다. 상대의 감정을 누그러트려야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인가보다. 니 마음 다 이해하니 화 풀어, 그만 공격해 라는 의도가 숨어 있었네.
논쟁에 상당히 취약하다. 나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면 온 몸이 긴장되고 심장이 쪼그라든다. 거부당한 것 같고, 모두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아 얼어 붙는다. 그 느낌은 언제나 힘들고 괴롭다. 그래서 그런 자리나 사람은 몽땅 피해 다니고, 내 말에 토 달지 않을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갑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곳에서 내 얘기를 할 때면 눈물부터 터지는 갑다. 누군가 토 달아서 맨붕 올 상황이 벌어질까봐 미리부터 겁먹어 감당하지 못하고 울어 버리나 보다.
우는 것도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방어였을까?
동정심을 유발해서 위로받기 위한 거였나 생각했는데, 오늘 정리되는 것은 같은 류일 수 있겠지만 결이 다른 것 같다. 그냥 내 얘기 할 수나 있게 해 달라고, 아무 토 달지 말고 들어주기라도 해 달라는 온 몸의 외침인것 같다.
정말이지 아무말 대잔치를 해도 괜찮다는 곳이 있으면, 당장 달려가 질릴때까지 내 얘기 실컷 하고 싶다.
할 말 다 하고 감정표현 다 하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다 허빵이다. 눈치 봐가며 할말 안할말 가렸고, 싫어도 싫은 내색 못했고, 폼잡을 생각에 힘든 얘기 하나도 못했다. 그기다 약자앞에선 마음대로 처 주꼈다. 어디에서도 진실한 소통이 없었다.
나의 진실은 경직된 내 온 몸에, 뻑뻑하게 오그라붙은 내 가슴에, 살얼음판 걷듯 겁내며 조심하는 내 행동에 갇혀 숨도 못쉬고 있다. 이런 상태였는데도 우째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 있었던 걸까.
아니다. 실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뭔가 이상했는데 그게 뭔지 몰랐던 거지. 4바디힐링으로 통합하고서야 알게 되는데 그게 너므 기가 막힌거지.
이런 나의 모습들(상처의 측면들)을 만나면 안타깝고 애처로웠는데, 오늘은 왠지.. 씁쓸하다.
겁나서 미리 방어하는 것이고 얼마나 겁났을지 누구보다 잘 알겠는데, 그래서 뭐라 할수도 없겠는데..이게 소통을 방해하고 관계를 단절시킨다. 겁나는 관계나 그룹은 다 피해다니니 얼마나 협소한 관계만 맺고 살겠는가.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니 얼마나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갇혀 있겠는가.
그나마 유지하는 관계에선 이해하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덮어버리니 진실로 소통하고 진실로 관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살았다. 그들도 나로부터 소외되고 나도 그들로 부터 소외되었다. 그렇게 소외된 우리는 무언가 이상한 불편함을, 이해받지 못하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별 문제 아닌 척, 관계가 다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문제의식 없이 만나왔다. 헤어질때면 항상 뭔가 씁쓸했고 공허했다. 만나지 말껄...이라는 뒷끝이 남곤 했다.
그걸 물었어야 했다. 너는 기분이 어떠냐고. 왜 화나 났냐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그리고 나는 니 말에 기분이 이렇고 마음이 이렇게 내 생각은 이렇다고. 그렇게 가식없이 진심을 만나고 진심으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관계해야 했다. 이 과정없이 이해하는 척 넘어갔더니 예전의 긴장과 가슴경직이 일어난 거였다.
횡설수설이다. 오늘은 그냥 횡설수설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