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21] 울산태화강 울트라마라톤대회 (2022. 6. 18~19)

[산지기]

대회가 분산이 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꼭 가고 싶은 대회는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옥스팜트레일워커 대회를 마치고 완벽하게 회복이 되지 않았음에도, 일주일만에 울산 태회강 대회에 임하게 되었다. 집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KTX 울산역에 내리자 한여름으로 바뀐 것처럼 무척 덥다. 대회장에서 환복하면서 이미 땀을 한바가지나 흘릴 정도로 고온에 습도도 무척 높다.
재문형님과 6분 20초로 출발을 했고, 초반 더위 때문에 진을 다 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밤이 깊어지며 기온이 떨어졌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태화강변을 달리는게 무척 좋았다. 서평 울트라마라톤에서 받은 배낭으로 바꿨고 거기에 맞는 물병(250cc)도 새로 구입했다. 약 10km 단위로 배치된 보급터마다 물을 채워 넣었다.
40km를 넘어서 다리밑 요철을 잘못 밟으며 재문형님이 된통 넘어졌다. 근처 화장실에서 상처를 보니 중상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긁혀있었다. 부상은 온전한 흐름을 끊기때문에 조심해야 했는데... 42km는 4시간 45분에, 50km는 5시간 40분에 통과했지만 목표한 12시간 완주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51km 지점에서 된장국에 밥 말아먹고 나서려는데 재문형님이 한숨 자고가겠다고 한다. 천천히 따라갈테니 같이 가자고해도 막무가내다. 어쩔 수 없이 어두운 밤길 혼자 길을 나섰다. 옆에 누가 없어서 그런가, 힘이 나질 않았다.
지난주 옥스팜대회 이후 생긴 허벅지 통증이 다시 나타나자 뛰더라도 속도를 끌어올릴 수가 없다. 지현교를 지나 68.8km 반환점까지는 차도를 따라가야 했다. 오르막이라도 다행히 속도가 크게 밀리진 않았다. 다른 대회와 달리 선두가 늦게 나타났다. 아마 대회가 몰리다보니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이 참가를 많이 하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
45km 지점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으로 이뤄진 그룹을 만났다. 걷다뛰다를 반복했지만, 달릴 때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스피드가 빠르다. 걷고 있을 때 쫓아가다가 내가 거의 따라 잡으면 달려나가는 그런 패턴을 골인지점까지 반복했다. 결국 4분의 갭이 생겼다.
9cp에 이르기 전 파워젤 등 먹을 것은 다 떨어졌다. 9cp에서 밥을 먹긴 싫고 된장국만 달라고 해서 국물로 배를 채웠지만 허기를 달래진 못했다. 날이 밝아왔다. 해가 뜨면 더워지기 때문에 해뜨기 전에 들어가야 하지만 허기가 져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10km 쯤 남기고 안면이 익숙한 사람이 평상에서 일어나 달릴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주 200km 대회때 100km까지 함께 뛰었던 엄태보씨다.
96km 지점에서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다. 미숫가루물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그 자리에서 무려 세그릇이나 비웠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다. 그런데 동반주하던 엄태보씨가 따라오질 못한다. 남은 5km는 제 페이스를 찾으며 달려나갔다. 6분 30~40초 페이스를 유지했고 12시간 34분 45초로 경주를 마칠 수 있었다.
먹걸리 반병을 마시고 인근 목욕탕에서 몸을 씻은 후 버스를 타기위해 도로에 나왔는데, 울산역행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1시간을 더 기다릴 순 없고 바로 태화강역으로 바꿨다. 김천구미역에 내린 후 아들을 불러내어 횟집에서 기사합격을 축하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