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강원문학 좋은작품상 심사평
심사위원장 남진원
⚫시인, 문학평론가, 강원문인협회 회장
⚫강원시조시인협회회장 , 강원아동문학회장 역임
⚫1983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76년 샘터시조상
⚫1980년 월간문학 시조 신인상
⚫국정교과서: 동시 산골버스/ 가을한낮/ 어머니/ 그때 그 고향집 /뒷걸음질/등의 작품 수록
⚫시집 : 조그마하게 살기/ 하늘에 기댄 아내/ 무소유의 냄새 / 어머니 물동이 길 외
⚫시조집: 쇠장수 강영감님 외
⚫현재 강릉의 방터골에서 집필생활
명찰추호明察秋毫의 마음으로 …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덕치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나온다.
맹자가 말한다.
“내 힘은 3천 근을 들기에는 족하지만 새 깃털 하나 들지를 못합니다. 내 눈은 가을날 가늘어진 짐승의 털끝을 살피기에는 족하지만 수레에 실린 땔나무는 보지 못합니다.”
이렇게 왕에게 말씀하는 사람이 있다면 왕께서는 믿으시겠느냐고 묻는다. 제선왕은 믿을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맹자는 다시 말한다.
“지금 은혜로움이 짐승에게는 미치나 백성들에게 미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새 깃털을 들지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 아니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백성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까닭입니다.”
이 이야기는 《맹자》의 ‘양혜왕 上’에 나오는 글이다.
의정자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분이 있는 자들이다.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명찰추호의 정신으로 세세히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번에 [강원문학 좋은 작품상] 심사에 임하면서 문학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에서 두 분의 대가大家를 모셨다.
산문 부문은 오랜 작품활동과 저서를 펴낸 우리 시대의 작가 윤재근 원로선생님을 모셨다. 90의 문학 거장임에도 선뜻 심사에 임해주셔서 그 감사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운문 부문을 부탁드린 이규식 선생께서는 대전광역시 문협지회장을 지낸 명망 높은 시인이다.
이 두 분께서 명찰추호의 마음으로 심사에 임해주셨다. 세세한 심사평은 본인들이 직접 심사하신 글로 별도로 첨부해 놓았으니 일독을 마지 않는다.
강원문학지에 좋은 작품을 발표해주신 모든 회원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수상을 하신 두 분 작가님에게는 축하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심사위원장 남진원
[有山原稿57: 審査評]
『江原文學』 심사평
심사위원 윤재근
⚫서울대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국문학 박사 ,문학평론가
⚫현)경남문학관 상반기 기획전 5/25~ 8/31 저서 전시 중
모처럼 동해안 나들이를 하는 것처럼 『江原文學』제 55집을 만나서 반가웠다.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작품 요소요소에 강원도말을 심어 강원문학이 강원도말을 떠날 수 없는 운명임을 보여주는 작품은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화천 구경을 하고, 철원 이야기를 듣고, 강원도 순례길을 걷는 수필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연륜이 깃든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글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명아주 지팡이와 곶감과 쑥국의 추억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수필이 신변잡기에 그침이란 안타까운 일이다. 좋은 글감과 아름다운 글 솜씨로 편안하게 쓴다고 해서 수필이 ‘붓가는대로’ 쓰는 글 급으로 풀어나간 <봉급소회>가 기억에 남는다.
몇 편 되지 않았지만 동화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강아지를 숨겼다가 혼이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나 성적 때문에 걱정하는 어린 고민이 잘 전해왔지만 동심(童心)을 통찰해주는 동화는 없었다.
노년의 초라함과 치매를 그린 단편이 여러 편 있어 우리 노년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당나라 시인 설도의 시와 동심초를 주제로 한 <동심초>와 난설헌을 불러온 <초당뜨락>이 소설을 많이 써본 솜씨로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옛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인의 애처로움을 그려낸 <삼부연>이 주목돼 수상작으로 뽑아 추천한다. 사라진 삶의 흔적들과 남은 자의 상처를 삼부연의 전설을 빌려 술술 담았다. 철원에서 군대생활을 한 남자의 기억이 세 쌍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고달프고 쓸쓸한 삶의 편린으로 펼쳐져 참 좋았다. 숱한 한국 남자들이 제대를 하면 떠나는 철원 근처 삼부연에 깃든 용이 되지못한 이무기의 전설은 현대인이 저마다 안고 사는 아픔일 수도 있다. 강원도 문인들의 건승을 빈다. 尹在根
강원문학 작품상 심사소감 (운문)
심사위원 이규식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한남대 사회문화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교수 역임
⚫저서와 역서: 문학평론집 '행간으로 읽는 문학',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인의 눈길 시인의 숨결' 등 35권
힘있는 詩를 찾아서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앙 집중 문화예술구조 아래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장르로 문학을 꼽을 수 있다. 시각예술, 공연예술분야에 비하여 문학작품의 생산, 유통, 소비 패러다임은 현장성, 시간성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특히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전파, 수용되는 채널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아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하고 작품수준을 향상시키는 문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e-북의 시장점유가 아직 당초 예상을 밑도는 가운데 종이매체를 통한 전통적인 보급력으로 문학 분야는 나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지역 문인단체, 문예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학 활동 역시 중앙문단과의 경쟁력 측면에서 의연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문인단체, 협회지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강원문학 작품상 제도는 그런 의미에서 수범적이다. 대체로 자신이 속한 동인지나 상업적 문예지 청탁에는 공들인 작품을 보내지만 기관지 작품 투고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문단 풍토에서 강원문학 작품상은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로 널리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강원문학』 55호 (2023)에 수록된 시 168편, 시조 43편, 동시 18편을 통독하였는데 그중 한편을 고르는 일은 어려웠다. 작품 한 편으로 작가의 역량과 문학적 성취도를 가늠하기 수월치 않지만 외부인사의 이런 무작위 형식의 작품읽기에서 문인의 잠재역량과 문학경륜이 일정 부분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시에서 ‘일상성’은 핵심적인 주제의 하나로 등장하였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즈음에도 여전히 높은 비중으로 원용되고 있다. 미술이나 영화에서도 그러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이나 글쓰기에 대한 태도, 사물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 차이에도 불구하고 삶과 그 주위를 반경으로 일상성을 중심으로 결집되는 시 쓰기 경향은 20세기 말 이후 우리가 겪은 사회상황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온 세계적인 이데올로기 붕괴와 그 결과 자본주의가 전면에 배치됨으로써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던 일상, 개인적 체험, 미시사에 대한 관심증폭으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동안 거대한 이념, 교조적 이데올로기 위세에 둘러싸여 미세한 개인의 정서, 감성에 대하여 짐짓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이중의 벽에 갇혀온 일상의 미학은 세련되고 기발한 언어를 활용하여 서정성으로의 복귀라는 외형적인 성과를 나타냈지만 시 자체에 대한 자의식 미흡, 서정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인식부족이 겹치면서 풍성한 외형적 소출과는 다르게 오히려 우리 시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다행스럽게도 『강원문학』 55호에 수록된 많은 작품은 일상성을 바탕으로 모티브를 설정하고 있지만 거기에 개인적 역량에 힘입은 다채로운 시적 장치 그리고 깊은 성찰과 사유의 프리즘을 통하여 글쓴이의 독특한 개성과 목소리를 펼쳐보였다. 화법과 인칭의 변조, 어미의 다양한 활용, 행과 연의 유연한 배치, 주목할 만한 수사법 활용 그리고 특히 호기심을 자아내는 참신한 제목 등 여러 층위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노정하고 있다.
오랜 시간 여러 차례 숙독 후에 이무상 시인의 「소양정과 춘천-1」을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수록 작품 대부분이 개인의 내면 인식이나 경험과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미세한 감성의 무늬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무상 시인의 작품은 근래 우리 현대시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비껴가는 서사양식을 정공법으로 마주한다. 유장한 호흡으로 지역의 형성유래와 변모과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다소 과다한 한자어 병기로 읽어가는 호흡에 걸림돌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대하 역사드라마를 보는듯 웅혼한 분위기로 독자를 이끌지만 행간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시적 흥미요소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현대시의 여러 내밀한 목소리에 묻혀 버린듯 서사 장르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점차 쇠퇴해지는 즈음에 서사시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관심을 당부한다. 서사장르는 역사사실에 바탕을 두고 긴 호흡으로 독자를 시, 공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로 이끌어 들여 흥미와 공감, 교훈이라는 여러 겹의 성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팩트에 픽션을 가미한 팩션을 바탕으로 일정 부분 상상과 가공을 버무려 흥미를 돋우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역문인의 소임으로 고장의 유래와 변모과정을 노래한다는 아름다운 의무와 경륜에서 스며 나오는 유장한 가락에 주목하였다. 너나없이 개인적 미시영역, 자신의 독특한 감성개진에 침잠하는 이즈음 현대시의 흐름 앞에 펼쳐진 도도한 강줄기의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서사장르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와 화법으로 우리 서사시의 지평을 크게 넓혀주시기 바란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의 주제는 다양하다. 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에 문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느끼게 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문제, 양극화와 소외, 디지털 시대에 너나없이 체감하는 형이상학적 불안, 인간관계의 쇠락, 가정해체와 소통의 부재 등 숱한 제재를 놓고 독자에게 힘을 주는 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안목을 키워주는 힘의 운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결국 시대를 방관하지 않는 시와 시인이란 지금의 현안을 관심 깊게 성찰하며, 기개에 충만해야 할 것이며 독자와 동료문인들에게 나날이 새로워지는 언어의 힘, 삶의 용기를 일깨우는 언어의 연금술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강원문협 시인, 시조시인, 동시인 여러분의 문운과 건승하심을 기원한다. 이 규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