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시간임에도 비가 올 것처럼 흐리다. 기온이 높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달리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햇빛만 비추지 않을 뿐 30도에 육박하는 높은 온도에 습도가 매우 높아 처음부터 속도를 대폭 낮췄다. 3km 지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머리에 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 썼지만 이내 땀으로 변했다. 학나래교를 넘어 급수대에서 물주머니에 물을 채워 강변로로 내려선 다음 집현동 쪽으로 향했다. 두물머리에서 2.5km 떨어진 지점에서 돌아나와 부강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죽염포도당을 먹었음에도 탈수증이 나타나는 듯 계속하여 갈증이 심하다. 부강두물머리 급수대에서 머리를 감고 충분히 물을 마신 다음 물주머니 두개에다 물을 꽉 채웠다. 가는 발걸음이 울트라마라톤보다 더 힘들다. 아무리 늦어도 5시간 안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언덕도 다 걸었다. 금강보행교 도착 1km 전 물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갈증이 너무 심해 보행교 밑에 누군가가 둔 물병을 집어 들고 마시는 순간 왜 남을 물을 마시냐고 젊은이가 항의를 했다. 미안하다고 하자 그냥 들고가라고 한다. 그나마 그 물병때문에 어느 정도 탈수증을 완화 시킬 수 있었다. 정확하게 1분을 남겨둔 4시간 59분에 95번째 풀코스를 마감한다. 최근에 달린 마라톤으로써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최근 두번의 울트라마라톤의 42km 통과기록보다 못한 기록이지만 그래도 5시간 내 완주는 했으니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맥주 한캔을 그 자리에서 비우고 계속 음료수와 찬물을 마셨음에도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배가 임산부처럼 불러올 때까지 물을 마시고 아이스팩으로 몸을 식히자 조금씩 갈증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