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번씩 뛰던 풀마라톤인데, 3주를 쉬자 더 뛰기 싫어진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일요일 새벽이면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는데 3주전 더위때문에 혹독한 댓가를 치룬 다음부터는 주저하게 된다. 어쨋든 이번주는 무조건 나가야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났음에도 몸이 잘 움직여주질 않아 30여분을 화장실에 죽치고 앉아있다가 주섬주섬 나설 준비를 했다. 오늘은 왠걸 가민시계가 GPS를 잡지 못하고 30분 이상을 지체하게 했다. 또 제천변에 이르자 기분 나쁜 가슴통증이 생겼다. 2주전 평마 창립기념일 때 시작한 가슴통증이 오늘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원인을 잘 모르겠다. 건강검진 때 한번 알아봐야겠다. 날씨가 흐릴 것이라는 기상예보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햇살이 따가워졌다. 더운날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열사병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짊어지고 간 배낭에 충분히 물을 채웠고 수시로 마셨다. 코스는 합강 캠핑장에서 1차 급수하고 미호천으로 방향을 튼 다음 하프지점에서 2차 급수해서 돌아나와 다시 합강공원에서 3차 급수한 후 되돌아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오늘은 덥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달려서 그런지 하프지점에 이르기도 전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하프는 2시간 24분에 통과했다. 울트라마라톤 페이스보다 못한 7분 30초가 적당할 정도로 몸이 잘 움직여주질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4시간 대 완주는 가능하겠지만 오늘도 완주횟수를 더했다는 의미만 찾아야 할 것 같다. 방향을 바꿔 제천변으로 진입하자 구름이 완전하게 걷히면서 온몸이 뜨거운 햇살과 노면의 열기를 그대로 받아야 했다. 아마 5km만 더 진행했어도 열사병으로 고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골인지점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강물이 뿌옇고 미지근하지만, 그래도 더워진 몸뚱아리를 식힐 수는 있었다. 그 덕분인지 지난번과 같은 열사병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