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벽은 새롭습니다.
그래서 새벽공기는 더욱 신선하기만 합니다.
그 새벽에 눈을 뜬 우리들이 모였습니다.
참으로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어려움과 두려움이 없다는 옛말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려움과 두려움없이 병풍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대나무 향기 물씬 풍기던 죽향의 고장, 담양땅에는 가는 빗줄기를 뿌리고있던 시커먼 하늘이 있었습니다. 매정하게 뿌리치고 가버리는 계절의 아쉬움때문인지 아니면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의 허망함 때문인지 찔끔거리던 하늘이 천자봉에 올라서자 어느새 환하게 웃음짓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야! 고단한 숨을 몰아쉬던 홍영미씨의 말이었습니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를 바라보며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이 제 기억저편에 있었습니다.
순간 그녀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위로 세월의 흔적이 스쳐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우리가 벌써 이만큼 살아버렸구나...어느새 세월의 흔적을 달고 다닐나이가 되어버렸구나...어쩔수없이 가슴이 저려옴을 피할수 없던 시간 하얀 안개와 구름사이로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함께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구름과 안개에 가려진 저 밑 어딘가에서 지루하게 우리를 기다리고있을 최이사님 생각에 발길을 제촉하고 있었습니다.
참고 기다림 저 너머에 그분의 잔잔한 미소가 눈앞에 어른거리던 순간 우리는 철계단을 지나 병풍산에 다다를수 있었습니다.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정상에서의 휴식도 잠시 또다시 하늘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온몸을 적시며 뛰듯이 내려온 하산길 이었습니다.
대나무 죽통밥으로 허기를 채운 우리들은 회장님의 안내에 따라 메타스쿼이어 가로수가 도열해 있던 길을 따라 도착한 대나무숲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대나무향에 깊게 취했음인지 순간순간 동심으로 돌아가고있는듯한 그들의 표정위에는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있는 우리들이 있었습니다.
그 자연을 떠나던 시간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만큼이나 긴 시간을 기다리고있는 그 시간속에 짧은 토막잠들이 이어지고 내일이 어떤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후회없는 오늘의 끝에서 마침표를 찍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저멀리에서 손짓하고 있을것 같던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사그러들던 깊은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0월 30일 병풍산 대나무 테마공원속에 우리가 함께 있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