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목 시계들은 약 한 번 갈지 않고 10년을 가볍게 흐르고, 내 몸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어찌하여 이런 힘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10년이 흐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역으로 1년이 흘러 버린 것밖에 아닌 것인가?
피부가 가볍게 또 벗겨지는 현상...... 그 만큼 젊어진다. 어릴 적 1년이면 한 번, 내가 파충류나 곤충처럼 탈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했었다. 심하게 피부가 벗겨지는 일, 그 일을 가리기 위해 꼬박꼬박 1년이면 꼭 바다에 들어가곤 했었다. 바다와 태양이 내 몸을 태워서 햇빛이 내 몸을 벗긴 것처럼......
바다에 안 갔더니 내 몸이 내 몸을 녹인다...... 피부에서 산이 분비되는 듯...... 산 향기가 좋다. 그리고 녹여진 피부가 일어나고, 씻어서 벗겨내고...... 그리곤...... 어라? 또 젊어지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분명한 것이야!
이 겨울철에 웬 허물 벗기...... 아저씨...... 그냥 다른 사람처럼 살고 싶은데요?
대답은 그러할 듯...... 지금까지도 그렇게는 안 살아왔잖아...... 그대로 살아......
혹은...... 네 몸 네가 그러는 거야, 난 네 몸에 관여 못 해...... 그러실 듯.
대신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온 몸 멍한 상태......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내가 언제 완전히 무방비였던 적 있었던가? 꼭 커피 너댓 잔 연속으로 먹고...... 아이 보자 안심하는 마음...... 아이 등에 내 등을 기대고 잠들어버리던 그 순간 같다. 그런데, 아이가 없으니 등 기대고 편안해 할 수가 없네......
예전에 흘렸던 피들도 이 현상이 설명해 버리는 것 아닐까?
그저 내 몸을 바꾸기 위해 흘렸던 피를, 다르게 착각했던 것 아닐까?
자신의 피로 몇 년을 샤워 해 본 사람만이 대답할 수 있겠지...... 그런 이가 세상에 더 있을 지도 모르지......
헤어질 때 왜 시계를 주는 것인가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이, 어딘가에 부딪혀서 또 상처내고 부시지는 일 없게 단단하게 표면을 했던, 그 사파이어 글래스의 시계가 지금까지도 한 번도 약을 간 적 없이 멈춘 일 없었다면 시계를 받은 이가 그런 이인 것이다. 허나, 이미 시계를 건넬 때 나는 그 시계가 의미 없이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던 거다. 이런 일을 생각해볼 때면, 내가 참 차가운 이다.
두 해 전쯤에 멈췄어야 했을 내 손에 놓인 후 4년을 향해 가는 내 손목 시계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약 언제 갈아주게 될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이 녀석도 10년 가벼울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