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다가가기만 하십시오. 글 : 손용익 그레고리오 선교사
우리가 하느님을 찾을 때 어떤 마음이 앞서 있을까요?
마음이 불안할 때, 또는 두려움과 공포가 생겨나면
평소 가까이 하지 않다가도 온갖 신들을 찾으면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소망을 합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신의 경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신들이 산재해 있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다른 신들과 달리 근본부터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 용서의 하느님,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다른 신과 달리 회개하는 순간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다른 신들은 자신이 잘못하면 그에 합당한 벌을 주지만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우리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용서를 청하면 그 순간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고
사랑으로 품어주신다는 것이 다른 신과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회개를 하지 않는 자에겐 스스로 책임을 묻습니다.
방탕한 자식이 부모의 유산을 받아 집을 떠나 자기만의
삶을 살려고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잃고 돌아왔을 때
자식의 귀환을 반기며 소도 잡고 잔치로 베푸는 모습,
바로 그러한 분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십니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곧 회개의 순간을 말합니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부모 앞에선 자식입니다.
비록 출가를 하고 자식을 거느리고 있다 하더라도
부모 앞에선 여전히 자식일 수밖에 없고 부모의 마음도
당신의 손길로 키워왔던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도 그러한 마음이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다가갈 때 어른의 흉내를 내지 마세요
또한 아무리 우리 자신을 꾸밀지라도 하느님 앞에선 우리는
발가숭이 애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예로부터 귀여운 손자가 할아버지의 수염을 당기더라도
화를 내기보다 오히려 그 재롱을 받아주시고 사랑하셨습니다.
사랑의 하느님께 다가갈 때엔 우리도 재롱둥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을 숨기고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역정을 내시지만
숨김없이 우리가 저지른 죄를 고백할 때엔 더한 사랑으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오히려 우리 마음을 치유해 주십니다.
이는 회개하는 순간 지난날의 잘못을 되짚어 따지지 않고
넘겨 버리는 동시에 앞길까지 열어주시는 축복을 주십니다.
세례 때의 은총을 생각하십시오.
그동안 우리가 저질렀던 죄에 대해서 하나도 묻지 않으시고
모든 죄업을 깨끗이 씻어주신 하느님이십니다.
회개를 하고 고백성사를 드리는 것은 세례 때의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은총의 순간이고 축복의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꾸미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다가가기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