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혁신을 위한 우리의 요구
대한민국예술원의 존립 이유와 그 운영 방법에 대하여 한국작가회의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한 작가가 평생 남긴 작품의 가치는 자본과 명예로 환원되는 업적의 영역보다는 후대로 이어져가는 ‘기억’의 영역에 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의 예술적 성취를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종신 연금의 수혜 같은 것에 있는 게 아니라 예술을 사랑하는 대중과 후배 예술가들이 바치는 존경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두된 대한민국예술원의 퇴행적 운영에 따른 혁신의 필요성은 예술인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현재의 퇴행이 현행법에 기인한 것이므로 개개의 예술원 회원에게 모든 책임이 귀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예술원이 여기까지 이른 데 대하여 예술원 모든 구성원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예술원의 역사는 거의 70년에 달한다. 그간의 명암을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일생을 창작에 전념하여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는 예술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가난한 예술가의 노후를 보장하고자 하는 일 등은 국가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일이자 국민의 긍지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원의 존립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가 예술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국민의 세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일부 예술가들의 특권적 지위를 보장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현재의 법령이나 운영 방법은 예술계의 보편적 정서와 시대정신에 따라 개정하고 혁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우리는 2011년 서른두 살에 세상을 버린 시나리오 작가를 기억한다. 그는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0년이 지난 2021년 오늘, 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비 가운데 문학 부문 예산은 고작 4천만 원에 불과하다. 모든 예술가가 가난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국가의 지원이 더 훌륭한 문학을 만든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예술가에 대한 국가의 지원 정책이 적어도 예술가들의 보편적 공감대와 형평성은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작가로서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원로 예술가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이 국민들과 작가들 대다수가 존경하는 분들로만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몹시 회의적이다. 그러므로 예술원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며 예술원의 환골탈태는 시대적 요청이다. 한국작가회의는 문학인들의 뜻과 예술인들의 중지를 모아 예술원 혁신을 위한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자 하며 일차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민국예술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대한민국예술원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관련 법령의 개정을 요구한다.
- 우리는 우선적으로 기존 회원이 신입 회원을 심사하는 회원 가입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
- 우리는 예술원 혁신을 위한 소통의 자리를 요구한다.
2021년 8월 19일
(사)한국작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