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유가족, 재난·안전사고 피해가족들의 의견서]
더 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 재난참사와 안전사고 희생자 가족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함께 모여 의견을 드립니다.
입사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스물네 살 김용균 님이 참변을 당한 곳은 공기업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되고 위험한 일들을 하청으로 재하청으로 떠넘겨 운영해왔습니다. 김용균 님이 바로 이렇게 고되고 위험한 일을 떠맡은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2인 1조 작업이었던 위험한 업무를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헤드랜턴조차 없이 일하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죽음입니다.
참혹한 죽음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열 번이 넘는 이전의 죽음들이 있었지만 김용균 님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김용균 님이 사고를 당한 바로 옆자리에서 위험한 컨베이어 벨트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죽음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벌금형 같은 미약한 처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반복되는 죽음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서 사람이 죽는 일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산재 사망사고와 소비자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국회는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9월에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비롯해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위험업무 외주화를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되어 있지만 지금껏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산재, 재난, 안전사고 피해가족들은 여야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합니다.
국회는 더 이상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 산재 사망사고와 소비자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키십시오.
연간 2천4백여 명이 일터에서 죽고 더 많은 산재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OECD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의 오명을 벗어야 합니다.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야 할 우리와 같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참혹한 죽음의 행렬을 국회가 멈추어 주십시오.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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