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장례식, 때리고 부수고 메치고 성추행

[이종일]

장애인인권장례식, 때리고 부수고 메치고 성추행


활동보조인과 장애학생 부모 강제연행, 발로 짓밟아 안경 박살
“장애인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이 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이훈희 기자 withnews@withnews.com     입력시간 : 2007. 09.09. 13:51

9월 8일 장애민중대회 폐막식 및 '장애인 인권 장례식'이 열린 광화문 세중문화회관 앞 ⓒ위드뉴스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박 4일 동안 진행되었던 장애민중행동대회는 폐막식을 가졌다. 폐막식은 ‘장애인 인권 장례식’ 및 거리행진.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은 없다’로 시작된 거리행진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선두차량에 이어 ‘장애인 인권’을 상징하는 검은 관이 뒤따르고, 참가자들이 2백여 미터 줄을 지어 엄숙하게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했을 무렵부터 마찰은 빚어졌다. 경찰이 행진 후미에 있던 장애인들을 방패로 밀어내고, 완력을 사용해 선두 행진과 봉쇄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경찰 폭력으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던 4명의 장애인 활동보조인과 장애학생 부모들이 강제 연행되었다.

다시 천천히 행진은 시작되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가려 했던 거리 행진은 시청 앞에서 또다시 봉쇄되었다. 차도 우측은 십여 대의 경찰 버스가 울타리를 치고 있었고, 1차선 선두 차량 앞에 50여명의 경찰이 방패를 들고 3겹, 4겹씩 진을 치고 앞을 가로막았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장애인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우리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노동권을 보장하고, 연금제를 도입하라”는 구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장애여성은 핸드폰 문자 서비스로 글을 써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세계장애인대회는 보장하고, 장애민중대회는 폭력으로 진압하는 이 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그는 심한 언어장애로 인해 핸드폰 문자 서비스로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연행된 장애학생 부모와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시청 앞 횡단보도에 누워버린 장애학생 부모 ⓒ위드뉴스

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과 딸과 함게 횡단보도를 점거한 장애학생 부모 ⓒ위드뉴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장애학생 부모 20여명이 아이의 손을 잡고 행진 대열을 이탈했다. 이들이 간 곳은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시청과 덕수궁을 잇는 횡단보도.

차가 쌩쌩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 횡단보도에 앉거나 누워버린 장애학생과 부모들은 “평화시위를 보장하라”, “끌려간 동지를 풀어달라”며 경찰 탄압을 비난했다.

그 시간 시청에서는 ‘전국학생과학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었고, 덕수궁에는 조선시대 경비 행렬을 흉내 낸 화려한 이벤트가 있었다.

30여분이 지나자, 남대문 경찰서 서장이 직접 나서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을 하면, 연행된 사람들을 풀어주겠다. 내 직함을 걸고 보장한다”라고 나섰고, 폐막식 행진 대열은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리 집회가 열렸다. 약속대로 경찰은 연행된 4명을 석방시켰다. 함께 연행되었다가 풀려난 김옥진 울산장애인 부모회 회장은 찢어진 옷을 번쩍 들었다.

“경찰이 나를 연행하면서 이렇게 옷이 찢어졌다. 여성인 내게 이렇게 폭력을 쓴 경찰은 어느 나라의 경찰인가. 나는 단지 앞서 연행된 동지들이 걱정되어 경찰버스까지 따라간 죄 밖에 없다. 경찰버스 창가로 보이는 동지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더니 경찰은 나까지 연행했다. 끌려가 들어가 보니 안경이 부서질 정도로 무자비하게 많이 맞았다.”

강제연행된 사람을 풀어준다는 약속을 받고 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행진 중인 참가자들 ⓒ위드뉴스

김옥진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이 찢어진 옷을 보이며 연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위드뉴스

이어 김옥진 회장은 참가자들을 둘러보며 “경찰은 장애인은 절대 연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보이는 경증 장애인은 마구잡이로 끌고 가고 있다. 세계 장애인 대회에 얼마나 고귀한 사람이 왔으면 인심을 쓰듯 경찰이 장애인은 안 잡아간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 집회를 정리할 수 없다. 종로경찰서까지 항의방문을 가자”라고 권유했다.

“종로경찰서 서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안경 값을 보상받자”는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폐막식 거리행진에서 종로경찰서 항의방문 행진으로 성격을 달리한 행진대열은 종로 1가로 향했다. 20분쯤 뒤인 오후 1시 40분경 종로 1가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종로 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도로 8차선을 점거했다.

무장경찰은 인도로 나가있고, 교통순경이 차량을 통제하는 가운데 30여분 정도 진행된 도로 점거투쟁은 운전자와 참가자와의 마찰이라는 엉뚱한 고비까지 맞았다. 어느 화물차 운전사는 참가 여성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던 것.

“대표단이 종로경찰서장과 면담을 하고, 시위대는 교보문구 앞 인도로 이동하자”는 경찰측 요구안이 제시되었고, 이를 받아들인 주최측 대표단 종로경찰서 방향으로 이동했다.

종루 1가 도로를 점거하고 '종로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장애민중행동대회 참가자들. ⓒ위드뉴스

경찰에 의해 강제로 밀려나고 있는 장애여성들 ⓒ위드뉴스

행진대열은 종로 1가에서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토끼몰이 작전이 시작되었다.

휠체어 장애인 1인에 3인의 경찰이 달라붙어 강제로 밀어내면서 서두 행진대열과 후미 행진대열을 차단시키는 방법이 그것.

경찰의 방패에 맞은 한 중증 장애여성의 전동휠체어는 완전 파괴되었다. 모두 2대의 전동휠체어가 대파되었다.

다른 중증 장애여성은 경찰이 가슴을 만지며 팔을 잡아 당겨 비트는 바람에 광화문 4거리에서 엉엉 울기만 했다. 심한 언어장애였지만 ‘아파, 아파’라고 비명을 질렀다.

팔에 기브스를 한 노인 중증 장애인은 경찰에 의해 휠체어에서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또 다시 경찰은 이 노인 중증 장애인을 마치 유도를 하듯 번쩍 들어 360도 메치기까지 했다.

경찰 6명이 달려들어 중증 장애여성의 온 몸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그는 “놔, 이거 놔, 놓지 못해”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폭력에 겁 먹어 엉엉 우는 아들을 품에 안고 함께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위드뉴스

경찰에 의해 성추행당하고, 팔이 꺽여 고통과 수치심에 울부짖는 장애여성 ⓒ위드뉴스

중증 지적 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어머니는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무서움에 질려 ‘엉엉’ 울고 아들을 품에 꼭 껴안고 같이 울었다.

“전동휠체어를 잡지 마”라는 고위 간부의 명령이 떨어지자 비로소 상황은 진정되었다. 경찰이 교보문고로 가는 1차선 도로를 개방하자 그 길로 교보문고 앞까지 갈 수 있었던 참가자들.

약식으로 다시 한번 정리 집회를 가고 종로 경찰서장과의 면담결과를 기다리자는 의견이 나왔고, 차분히 정리하려는 그 순간 또 다시 참가자와 경찰의 몸싸움이 붙었다.

무장 경찰이 4겹씩 참가자를 에워쌌기 때문. “우리가 범죄자냐. 왜 못 잡아가서 안달하느냐. 잡아가라. 잡아가”라는 항의에 경찰 고위간부는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검거할 거야”라고 맞받아쳤다.

20여분 간의 항의 끝에 경찰은 참가자 포위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다. 점심 도시락이 왔고, 참가자들이 도시락을 먹는 사이에도 민간인 복장의 경찰은 소형 무비 카메라로 참가자 얼굴을 한 명 한 명씩 촬영하는 걸 잊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대구, 광주, 강원도 등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종로경찰서장은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자기 부하가 시민을 폭행한 적은 없다. 안경 값은 보상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5만원 짜리 안경 값조차 줄 수 없다고 말한 경찰은 폭력에 항의하는 장애인에게 폭력을 휘둘러 한 대에 500만원 하는 전동휠체어 2대를 파손, 1천여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경찰에 의해 길바닥에 거꾸로 메다 꽂히는 노인 중증 장애인. 팔에 기부스를 하여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상태다. ⓒ위드뉴스

경찰의 방패에 맞아 파괴된 장애여성의 전동휠체어 ⓒ위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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