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경대(業鏡臺)’는 지장전 또는 명부전 입구에 들어서면 여러 지물 가운데 마치 거울처럼 생긴 것을 말하여, 사람이 죽으면 이 업경대에 전생의 업이 모두 나타나 그 업에 따라 심판을 받는다는 것으로 업경(業鏡) 혹은 업경륜(業鏡輪)이라고도 합니다
《사분율행사초자지기》의 권하에는 “1년에 3회, 정월과 5월과 9월에 명계(冥界)의 업경륜이 남섬부주(불교의 세계에서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을 이름)를 비추는데, 선악업이 있으면 그곳에 모두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에도 사방팔방에 업경을 달아두어 전생에 지은 선과 복, 악업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불교에서 지옥에 있는 염라대왕이 중생의 죄를 비추어 보는 거울을 말하고 불교에서 지옥의 염라대왕(閻羅大王)이 가지고 있다는, 인간의 죄를 비추어보는 거울로서 사람이 죽어 지옥에 이르면 염라대왕은 업경대 앞에 죄인을 세우고 생전에 지은 죄를 모두 털어놓도록 한답니다.
그런데 업경대는 따지자면 각 개인의 개인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망자는 사망 전에 염라대왕께 자신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하고 이를 근거로 심판하라는 점에 대하여 승낙을 하거나 묵시적 동의를 한 기억이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염라대왕이 망자들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하고 이를 근거로 심판한다는 것은 아무리 저승세계라 하더라도 월권이 아닐까요?
이러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나 실제라면 야마천에서도 시대에 걸맞게 업경대의 할용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다루도록 함이 어떨까 하여 한 마디 올리는 것입니다.
첫댓글 업경대에 개인의 업이 저장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전생에 지은 선과 복, 악업들이 다 비추어진다'라고 하는 그 엄포(?)에 의해 본인의 잠재된 의식(잠재된 기억)이 모두 되살아나 스스로의 마음에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보의 저장도, 정보의 제공도 본인이 하는 것이니 시대에 따라 정보제공을 했니 안했니 할게 없겠지요.
또한 제3자가 열람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은 업을 보는 것이니까요.
업경대는 그런 전산시스템일 뿐이지요.
우리가 동사무소 가서 등본 떼면서 동사무소직원에게 따지지는 않듯이요.
웃으시라고 올리신 글 같아서 저도 우스개처럼 댓글 달아봅니다.
늘 어렵고 진지한 글만 읽다가 왠지 반가워서입니다.
'몽우'님께서 재미있는 비유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찾아보니, 위에서 거론하신 《사분율행사초자지기》는 율종의 종조 당나라 도선(596∼667) 스님이 저술한 《사분율산번보궐행사초(四分律刪繁補闕行事鈔)》에 대한 송나라 원조(11-12세기) 스님의 주석입니다. 또 《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은 그냥 《시왕경》이라고도 부르며, 우리 사찰의 시왕전의 근거가 되는 경전인데, 현대 불교학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창작한 위경(僞經)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경에 등장하는 명부를 관장하는 열 분의 왕(十王) 가운데 다섯 번째 왕이 염라대왕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씀하신 '업경대'나 '염라대왕'의 이야기는, "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반 대중이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후대의 누군가가 창작한 '신화'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가공의 신화를 통해 내 행동이 올바르게 변하고, 내 마음이 편안해질 수만 있다면, 《시왕경》과 같은 위경은 진경(眞經)과 다름 없는 가치를 갖습니다.
따라서 불전에서 염라대왕, 업경대 등을 거론하는 '허구의 경문'을 접할 때, 그 시비(是非)를 가리려 할 게 아니라, 그 취지만 수용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