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서 펼쳐지는 이색장터 '이태원 계단장'
서울 이태원 우사단 마을의 이색장터 '계단장' 오픈 30분 전, 스태프들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장터 개장을 준비하는 차들이 오고 가는 사이, 이미 줄은 10m가량 늘어서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서울의 유일한 이슬람 사원 뒤쪽 60여개 계단은 '장터'가 된다. 이름하여 '계단장(場)'이다. 계단의 폭은 성인 10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 가운데에 있는 난간을 두고 왼쪽과 오른쪽 양 끝에 판매자들이 서서 물건을 판다. 사람이 너무 몰릴 땐, 특히 계단에 진열된 물건이 밟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형 밴을 개조한 '맥코이버스'에서 직접 만든 레몬청과 자몽청을 팔고, 계단 중간쯤에는 취미로 만든 산딸기 젤리를, 창의적인 에너지가 많아서 좋다. 단순히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장터와 달리 '계단장'은 '문화'까지 만드는 매력이 있다.
경의선 폐선 부지가 도심장터로 '공덕동 늘장'
서울시 마포구 공덕역(지하철 5·6호선, 공항철도) 1번 출구 인근 경의선 폐선 부지(3280㎡·약 1000평)엔 항상 장이 열린다. 지난해부터 '늘장(늘 열리는 시민의 장터)'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개장 준비)을 제외하곤 상설 시장이 열리고 있다.
늘장은 친환경과 문화가 어우러진 장터다. 늘장에 자리를 잡은 13개 상설 업체 중 '와우북 살롱'의 늘샘(31) 매니저는 "한 달에 한 번씩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살롱 안에는 '임대책장'도 마련해 인근 주민들이 책 판매를 위탁하기도 하고, 책 5권을 기부하면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주는 등 '책 기부 문화'도 만든다. 늘장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고민은 '이 공간을 지역민들의 실질적 수요에 맞춰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이다. 참가비 5000원을 내면 수공예품·회화·농작물 판매 등 '손작업'을 하는 예술가들과 시민들은 주말 벼룩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마포구 주민은 절반 가격이다). 친환경 재활용 제품은 우선 선발 대상이다. 늘장에서 '마켓인유' 재사용 물품점을 운영 중인 박현진(42) 늘장협의회 대표는 "북카페에선 책도 보고, '자연의 부엌 마음먹기' 카페에선 햇빛 건조기로 사과·귤 조각을 말려보기도 하고, 저녁엔 '늘씨네'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주민들의 생활 깊숙이 닿아있는 열린 장터이자 놀이 공간을 지향한다"고 했다('자연의 부엌 마음먹기' 카페는 전기를 쓰지 않는 비전력 로스터기로 커피콩을 볶거나, 흙으로 만든 화덕에서 피자나 채소가 구워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친환경을 바탕으로 하는 '적정기술' 공작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