疏 薄(멀리할 소 / 경시할 박)
- 愛憎이야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이지만 -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현대인의 내면적인 고독감을 대변하는 말이지만, 내면적 고독감은 물론이요 외면적으로도 참담하기 그지없는 처지를 나타내는 말이 '疏薄맞다'는 말이다.
疏薄은 가까이해야 할 사람을 '멀리하고' 마땅히 존중해야 할 사람을 '경시한다'는 뜻이다. '疏薄맞았다'고 하면 대개 남편으로부터 냉대받고 쫓겨나는 것으로만 알고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황혼이혼'이 그런 예인 셈이다. 이처럼 아내가 남편을 구박하는 것을 內疏薄(내소박)이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로, 우리 여인네들의 한이 맺힌 疏薄은 물론 外疏薄(외소박)이다.
疏에는 '멀리하다'는 뜻외에 疏通(소통)에서의 경우처럼 '트이다'는 뜻도 있다. 이밖에 疏略(소략)에서처럼 '거칠다', 親疎(친소)에서처럼 '멀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 역시 疏라고 하며, '올리다'는 뜻의 上(상)을 붙여 上疏라고 한다. 疏는 疎로도 쓰는데, 이는 俗字이다.
薄는 艸에 溥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글자이다. 溥의 (부)는 '박' '부' 등의 음을 갖는 글자를 이루며, 이들 한자에는 대체로 '넓다' '퍼지다'는 뜻이 들어있다. 이를테면 溥는 '물이 넓게 퍼지다'는 뜻이 된다. 이 溥에 '풀'을 뜻하는 艸가 결합되었으므로, 薄은 풀만 퍼져 있는 초원의 상태처럼 '얇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에서 파생되어 輕薄(경박)에서처럼 '가볍다', 薄利(박리) 薄俸(박봉)에서처럼 '적다', 瘠薄(척박)에서처럼 '메마르다' 등의 뜻도 있다.
愛憎(애증)이야 瞬間瞬間 變하는 感情이다. 하지만, 疏薄맞는 사람의 마음이야 언제나 慘憺한 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