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람이 매섭다.
영하의 날씨인 줄 알지만
역시 산에서 부는 바람은 칼바람이다.
벌봉
청나라 태종이 올랐다는 작은 바위덩어리
20년전에는 숫하게 찾아왔었다.
한겨울 온세상이 하얗게 변했을 때도 찾았고
아차 굴러서 다치기도 했었지만
서울을 떠나 수원에 둥지를 틀고
십여년전에 한겨울에 찾아왔었다.
오늘 다시 찾았다.
사실 남한산성을 즐겨 오르는 분들도
이 벌봉이나 한봉에는 잘 오지 않는 곳
좀 구경거리와는 먼 곳이다.
오늘 다시 찾아와보니
초목으로 자연상태였던 옛날과는 달리
산책로도 제대로 조성하였고
무너진 성벽도 다시 복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당시에는 북문으로 주로 올랐고
간간히 하남 은고개쪽에서도 올랐다.
뭐라 말할까?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간다고 해도 모자란 느낌이다.
올초부터 산에 오르지 않는다.
무릅이 살살 아끼라고 신호를 보내는 지라
그런데도 찾았다.
더 이상 찾지 않을 곳
수십차례 홀로 올랐던 곳
오늘은 벌봉 바위 위로 오르지 않았다.
이 정도 오르는 것도 조바심나는 지경에 다다랐다.
이번 수원 아이파크 현장 감리로 자리를 옮기고
5개월 넘게 근무했다.
버스 탈적마다 겉으로는 말짱한 노인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게 버거워보이고
어떤 분은 한발자국 문에서 발을 떼어쓸 뿐인데
폴짝 주저앉고 말았다.
나!
나 자신도 버스에서 내릴적 마다 썩 자유롭지 못하고
팔짝 내딛고 상큼하게 바닥에 내리지 못한다.
벌봉
힌참을 바라보곤
그냥 떠났다.
여기도 더 이상 올 일이 없지...
70년 2월 졸업하고선
고교동기 송년회에 처음으로 찾았다.
뭐라 만남의 느낌과 감격을 표현할 수 있으랴만
오늘 단톡방에 불났다.
안산 인왕산 산행하자고...
나
입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