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교회 용어에 대한 몇가지 생각
내일 한글날을 맞아 몇가지 교회용어에 대해 두서없이 생각해봅니다. 기도 끝에는 과거형인 ‘기도드렸습니다’보다는 현재형인 ’기도드립니다’가 좋습니다. 기도할 때,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주님’이라고 합니다. 하나님, 예수님을 다 ‘주님’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찬송’과 ‘찬양’은 같은 뜻입니다. 예전에는 ‘찬송’은 전통적인 찬송가를, ‘찬양’은 복음성가(CCM)을 지칭했으나, 오늘날은 그 구분이 흐려졌습니다. ‘성가대’를 최근엔 ‘찬양대’라고 많이 바꾸었습니다. ‘성가’라는 말 뜻이 꼭 기독교만의 노래를 지칭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찬양’도 꼭 기독교만의 용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세상 문화를 포용할 것이냐, 배척할 것이냐에 따라 어느 용어를 쓸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주일’이냐 ‘일요일’이냐도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때는 일요일을 꼭 주일로 불러야 한다는 열풍이 교계에 강하게 불었습니다. 이것이 그 사람의 신앙심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를 사용하면 비신자들과 소통이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불신자’와 ‘비산자’를 이야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예수 안 믿는 사람을 ‘불신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불신자’는 너무 심판적 폐쇄적 용어라, 언젠가는 주님을 믿을 의미로 ‘비신자’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신자라면 일요일을 주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게 안부른다고 그 사람의 신앙을 정죄해서는 안됩니다. ‘주일’은 ‘주의 날’이란 뜻인데, 사실 주일예배 드리는 일요일만 주의 날이 아니라 매일 주의 날이죠. 매일 주의 날로 사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전’ ‘교회’도 같이 쓰면 됩니다. ‘성전’이 구약 용어라고 쓰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신약에서도 ‘성전’이란 말이 나옵니다. 성전’은 건물을 강조한 말로, ‘교회’는 건물을 포함한 신자들의 공동체를 강조한 말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교회 청소’보다는 ‘성전 청소’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라한 건물도 주님을 예배하는데 쓰인다면 아름다운 성전이라는 의미에서요. 굳이 ‘성전’이란 말을 폐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글은 존대어가 있어서 참 헷갈립니다. 외국 말을 번역한 성경에는 그래서 ‘님’자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도신경에도 예수님을 ‘죽으시고’라고 했지 ‘돌아가시고’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돌아가시고’하면 좀 이상한 느낌입니다. 언어는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큰 무리가 없다면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대화에서 ‘예수님’ ‘성령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습니다. 찬송 가사에서 어쩔 수 없을 때는 빼고요. 교회 용어는 가급적 비신자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좀 잘못된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정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가급적 바른 용어를 써야 하지만, 잘난 체가 되서는 안되고, 더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2023년 10월 8일 주일 주보에서)
첫댓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용했었던 교회용어들을 속이 시원하게 알려주시는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