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진 대장간은 환자 한명의 처음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 갔다. 나는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쇳덩이를 밤새도록 두들기다가 포
기하고 물통으로 차 넣으니 다음날 날카로워졌다라. 꽤나 대장장이로써
맘에 들지 않는 설정이다. 가끔 의외로 높은 품질이 나올 때의 흐뭇함은
즐길만한 것이지만 이렇게 수상쩍은 경우는 사양이다. 흔히 이런 경우
를 요정의 손이 닿았다라고 한다. 잠이 든 사이에 수수께끼의 작은 요정
들이 이엉차 이엉차 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검을 만들어 논다는 것이
다. 숱한 영웅들이 가지고 있는 검에는 그런 수상쩍은 이야기가 떠돈다.
맞닥뜨린 용의 브레스로 쇳물을 녹여 금세 뚝딱뚝딱 검을 만들어 그것으
로 용의 심장을 찔렀다는 둥.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마의 피가 칼에 묻었
더니 칼에 마법이 걸려서 푸르스름한 검기가 계속되었다느니. 그런 것 말
이다.
다행이 이 검은 동네 골목 대장인 스티안의 손에 들렸기 때문에 전설속
의 몬스터들과 상종하는 것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칼의 수명 연장을 위
해서는 이 편이 낫다.
훗날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할지도 모를, 명검일 지도 모를 날카
로워진 몽둥이에 베인 스티안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했다. 뼈는 하얗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준 스티안에게 감사의 표시로 상처에 약을 듬
뿍 처발랐다. 예의 워어 울프의 울부짖음이 들렸고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듯 주위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잽싸게 붕대를 칭칭 감
아 응급처치를 끝내고 마을 의원에게 가보라고 스티안의 등을 떠밀었다.
스티안은 자신의 것이 될 칼을 애증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잠시 망
설이다가 내 눈치를 흘깃 보고 칼을 집으려는 찰나에 나는 스티안의 엉덩
이를 냅다 차버렸다.
“ 그 날카롭고 무거운 것을 마을에서 들고 다니다가 어떠한 민폐를 끼치
려고! 어서 갔다와 내가 칼집과 칼자루를 만들어 놓을 테니 어서 갔다오
도록해.”
스티안은 한동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눈초리를 보내다가 결심한 듯 몸
을 돌려 가게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쉬며 검신의 길이
와 폭을 가늠해본 다음에 알맞은 크기의 칼집을 창고에서 들고 왔다. 그
리고 새로운 칼자루를 가져다가 몽둥이에 새로이 끼워넣었다. 대충 끝내
고 손잡이를 잡고 휘휘 세게 저어보았다.
‘…’
단번에. 내가 지향하던 검의 수준이 한단계 뛰어올랐다. 순간 다른 장검
을 꺼내어서 스티안에게 주고 그냥 이걸 보관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하게
생긴 칼의 외양을 바라보면서 한참동안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결국 칼을 검집에 넣었다.
스티안은 나갔을 때처럼 뛰어들어왔다.
“콜. 칼은?”
나는 묵묵히 주문 받았던 식칼을 망치로 두드리면서 내 뒤의 의자에 올
려있는 검을 고개로 가르켰다.
“고마워. 콜.”
히히덕거리면서 스티안은 칼집에 달려있는 끈으로 등에 칼집을 밀착시킨
다음 다시 뛰어나가다가 멈춰, 뒤돌아서서 나에게 말했다.
“콜. 꼭 출세해서 돌아올게!”
든든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는 그 말에 나는 힘껏 두드렸고
균일하게 형성되던 식칼의 날은 일부분이 지나치게 얇아졌다. 스티안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즈음해서 나는 망치질을 멈추고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