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남편 원망만 하다 다 보냈고 아이가 다섯 살 때는 1년간 지독히 학대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과보로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괴롭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샤프로 친구한테 손등이 찍힌 게 열한 번째였는데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고 그 아이를 용서했습니다.
친정 오빠도 어릴 적에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면서 아이에게 태권도를 꼭 가르치라 합니다. 겨울방학에 태권도 학원만 보내려고 하는데 저희 아이가 절대 못 가겠대요. 억지로 보내도 되는지 판단이 잘 안 됩니다. 제가 죄책감이 있다 보니까 관점이 안 잡혀서 어떻게 해야 될지 여쭤봅니다.”
“어릴 때는 조그마한 일도 큰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이제는 아이가 상처를 안 입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고함을 치고 혼을 냈다면 아이 심리가 약간 위축이 됐을 수 있어요. 그런 원인으로 학교에 가서도 아이가 위축되어 있으니까 친구들이 놀릴 수 있습니다.
어른은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데 아이들은 철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사람을 놀립니다. 예를 들어 같은 반에 얼굴이 좀 까맣고 엄마가 동남아 출신인 아이가 있으면 애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잘못된 행동이지만 아이들 세계에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그런 걸 다 알면 어른이죠.
그래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남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평등 교육을 시켜야 해요. 아이들이 싸우거나 갈등이 있으면 불러서 막 벌을 세우거나 야단치지 말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들 중에 그렇지 않은 분들이 있어요. 막 야단치고 벌만 세워요. 그럼 애들이 더 기분이 나쁠 거 아니에요. 그럼 뒤에서 괴롭히던 애를 더 괴롭혀요. 이게 반복이 됩니다.
요즘 학부형들은 아이가 조금만 상처를 입거나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 가서 선생한테 항의를 하고 상대편 학부형한테 항의를 하니까 아이들 관계가 더 나빠집니다. 조금 지혜롭게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내가 아이가 어릴 때 고함을 지르며 키워서 아이 심리가 억압되고 위축됐구나. 이것이 아이에게 좀 영향이 있나 보다' 이 정도로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생각하라는 게 아니라 과거를 감안해서 아이 현재 상태를 보라는 겁니다. 그리고 치료를 해야 해요.
첫째 아동심리학을 전공한 선생님을 찾아가서 상담을 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데 제가 어릴 때 아이를 많이 야단쳐서 아이 심리가 위축돼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아이하고 대화하면서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상담 치료를 해서 위축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격려도 해주고요.
둘째, 자가 치료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자 오빠가 제안한 태권도를 배우는 것도 자가 치료예요. 태권도나 권투를 배워서 복수하게 하라는 게 아니라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없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다른 운동도 좋지만 태권도는 비교적 신사도를 가르쳐서 좋아요.
JTS에서 운영하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도 불가촉천민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어요. 천민이니까 심리가 위축되잖아요. 도시에 나가면 천민 아이들이 겁을 먹거나 위축이 된단 말이에요. 태권도를 가르치면 애들이 좀 반듯해지고 자신감도 생겨요. 학교 수업도 필요하지만 태권도나 노래, 춤 같은 이런 예체능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게 좋아요. 학교 공부만 갖고는 도시 부잣집 애들 따라가기가 어렵거든요. 태권도나 노래, 춤 공연을 해서 사람들에게 굉장한 환호도 받고 하면 자신감이 좀 붙습니다. 전문 예술가나 전문 운동선수가 되라고 그런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갖게 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그래서 오빠 얘기도 일리가 있어요.
아이하고 한번 상의해 보세요. 태권도를 배워서 남을 때리라는 게 아니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태권도를 하려면 힘이 좀 들어서 그러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아이하고 얘기를 조금 해보세요. 억지로는 시키지 말고요.
엄마가 아이에게 뭘 하라 했을 때, 아이가 하기 어렵다고 하면 가능하면 그 의견을 수용을 해주세요. 그런데 그냥 '그래, 하지 마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왜 안 하는 거냐고 물어보세요. 어떤 이유로 안 하려고 하는지 물어보고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해결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태권도랑은 조금 다르지만 권투를 배워 볼래? 라든지, 반애들이 안 하는 다른 걸 배워 볼래?'라든지 다른 대안을 제시해 줘도 좋고요.”
“일대 일로는 배우겠는데 친구들 있는 곳에는 안 가겠다고 해요. 그것도 들어줘야 할까요?”
“그 정도는 안 들어줘도 괜찮아요. 개인 교습은 너무 경비가 많이 들잖아요.”
“저 때문에 저런 거니까 다른 걸 줄여서라도 해 줘야죠.”
“아니, 질문자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에요. 제 법문을 잘못 듣고 너무 죄의식을 갖고 있어요. 아이고! 제가 무슨 말을 못 하겠네요. 죄책감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아이를 이해해 주라는 거예요. 누구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면 제 법문을 잘못 듣는 거예요. 그럼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 영향을 받았는데 모든 엄마를 비난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내가 가진 성격은 자랄 때 여러 가지 영향을 받아 형성된 거예요. 어떻게 다 엄마의 잘못이라고 하겠어요?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야단을 치면 겁을 먹고 평생 심리적인 장애를 갖게 되기 때문에 너무 야단을 치면 안 됩니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갖거나,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성질을 내는 것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걸 알아야 해요.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어른 사이의 일이잖아요. 그런 이유로 아이한테까지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죄의식을 가지라는 게 아니에요. 아이가 저렇게 위축된 것은 엄마의 영향도 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낫게 하려면 심리치료를 하셔야 해요. 심리 진료를 받아 보니 약간 불안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태권도나 운동 같은 것을 시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친구랑 비교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약간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가계를 출혈해 가면서까지 개인 교습을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에 엄마가 좀 힘들어도 친구들이 다니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태권도장을 보내면 됩니다. 이런 상황을 살펴서 판단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아이에게 미안해하기보다 이 정도 수준의 엄마인데도 이렇게 자라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면 될까요?”
“아이에게 엄마가 아예 없는 게 낫겠어요? 그 정도 수준의 엄마라도 있는 게 낫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좀 부족한 엄마라도 아이 옆에 있는 게 낫습니다. 자꾸 ‘엄마가 잘못했다’ 하고 죄의식을 가지면 아이의 심리가 더 위축이 돼요. 엄마가 당당해야 아이도 당당해집니다. 아이가 '엄마가 문제다' 하고 얘기를 해도 '그래도 엄마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잖아'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해야 합니다. 아이가 ‘엄마 싫어’ 한다고 해서 또 위축이 돼서 잘못했다고 하면서 울고 빌고 이러면 안 돼요. 그러면 아이에게 자신감이 더 없어져 버립니다.
엄마가 먼저 당당해야 합니다. 우리 집은 가난하고 어쩌고 하면서 아이가 불평을 해도 '그래, 맞다. 그래도 인도에 한번 가봐라. 우리 집보다 더 못 사는 집이 많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가 불평을 한다고 '너는 불효한 놈' 이렇게 야단치지 말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자신감을 가져요. '엄마가 돈을 못 벌어서 미안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아이가 일시적으로는 좋아할지 몰라도 밖에 나가면 자신감이 없어져서 부모의 직업을 속여요. 아빠가 운전기사 하는데 자동차 운수 회사한다고 친구들한테 거짓말을 하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부모의 상태를 아이들한테 당당하게 보이고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비판을 하면 인정할 건 인정하세요. 하지만 아이가 지나친 요구를 하면 '그건 못 들어줘. 엄마아빠가 수입이 이거밖에 없는데 그걸 어떻게 해 줘. 그건 안 돼' 이렇게 딱 잘라야 합니다. ‘네가 어떻게 이걸 해 달라고 하냐’ 하고 야단치지 말라는 뜻이지 해주라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해줄 수 없는 것은 못 해준다고 편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크는 거예요.”
이어서 스님이 질문한 엄마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더 당당한 엄마가 되어서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