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 / 우남정
다음에서 꼭 빠져나가야 한다
퇴근 무렵 내부순환로 행복동 출구까지 잔여거리 1067미터
3킬로미터 전부터 꽁무니에 줄을 대고 있다
또 그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앞차의 앞에 앞에 벤츠 한 대 끼어든다
택시 한 대, 극우로 노골화된 눈알을 깜빡이고 있다
기일을 지나친 체납 고지서가 끼어든다
끼어들기를 선심 쓴 저 앞차를 들이받을 뻔 했다
히스테리 컬한 경적이 습관적인 저녁을 찢는다 Let It Be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친구도 끼어들었다
먼저 승진한 후배도
저 빌딩을 상속받은 건물주도 끼어들었다
첫눈에 반한 그도 후줄근한 표정으로 내 옆에 바짝 껴 있다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이 어둠 저편
내가 끼어들고 싶었던 무엇이 있을까요 어머니
왜 끼어들지 못한 내게 화가 날까요
대체 여기는 어디로 빠져나가는 길목일까요
Let It Be, 이 노래를 스물아홉 번쯤 반복하고 나면
시속 십팔 킬로로 가는 저 지루한 출구로 끼어들 수 있을까요
소주병 뚜껑을 비틀어 붓는 첫잔처럼, 쿨럭쿨럭
나는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다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