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 / 김언수 / 문학동네
잽
인생은 큰 기술을 근간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잽,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으로 채워지는 것이고 그 공간만큼 안전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큰 기술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들 한다. 경쟁은 어디에서 오고 이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고1부터 잽을 통해 살아가는 한 소년의 성장기····.
금고에 갇히다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을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을 기약하며 현재를 궁리할 수도 있고, 그냥 그 순간을 즐길 수도 있으리라. 우리는 모두 금고에 갇힌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금고 안에는 또 다른 금고가 있다. 금고 안에 있은 우리는 이미 갇힌 존재이고 동시에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단발장 스트리트
유흥주점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자가 본 골목의 풍경. 육중한 톱니바퀴 사이에서 시커멓고 질펀하게 자리 잡은 윤활유처럼 느껴지는 삶을 누가 그들에게 지웠을까. 사내다움과 사랑에 대한 오해는 이 세계에서도 어쩔 수 없다.
꽃을 말리는 건, 우리가 하찮아졌기 때문이다.
-시인 성윤석
제이의 집은 부유한 듯 보이나, 제이의 엄마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제이와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지만 나를 이해해 달라고 타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참 힘들다. 나와 내 환경 모두를 까발려야 하기에 그것은 괴로운 것이고 두려운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아는 쥐꼬리만 한 정보로 타인을 이해한다고 지리 짐작을 하거나, 아예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접어 버린다. 무관심! 상대의 마음속을 열어보려는 노력도 없이 상대를 재단하고 노리개로 삼아 버린다.
상대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떠난다.
하찮아졌기에 꽃을 말린다면, 꽃을 꺾는 것은 우리가 죽어간다는, 자유로워졌다는, 다 자랐다는, 성숙했다는 ??????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
자료에 의해 사건을 구성하는 것이 글짓기다. 간첩만들기...
타자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삶이 내 삶에 적용되는 원리를 글짓기 교실을 빌려 설명한다.
장지구의 결단
서른셋, 숫총각의 히스테리일까. 장지구의 딱지를 떼겠다는 결단은 이루어진다. 표적을 잃은 사람은 표적이 된다.
소파 이야기
부부싸움 끝에 아내는 집을 나가고 친구는 좁디좁은 집에 들여놓은 소파가 불편하다며 다시 가져왔던 곳으로 돌려놓자고 한다. 9평 남짓의 좁은 방에 최고급 물소 가죽 소파라니. 소파가 떠난 자리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빌어먹을 알부민
사람이 코너에 몰리면 판단력이 흐려지는가. 병상의 아버지에게 가야 할 돈을 육체의 쾌락을 위해서 뿌려버리는 인간의 심리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구
대체 왜 그러냐고, 사람들도 묻고 나도 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나 역시 내가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는 사내에게 열리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