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여년이 넘는 이야기인데 일본의 취미모형 동호회 회원들은 외국의 박물관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여 자료를 만들고 개인주택 지하에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공부도 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개방을 하여 소액을 받아 운영비로 쓴다고 했다.
뭐 프로가 아니기에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며 재미와 함께 교양을 쌓고 이게 쌓여 프로에 버금가는 사람들이 된다.
직업이 군인도 아니고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인데 각국의 군사력을 분석하고 이들의 장비를 모형으로 만든다.
우리는 과거 직업군인들 마져 아이들의 손장난 내지 할 일없는 사람들의 시간 때우기로 보고 차라리 그 시간에 술먹는게 스트레스 풀고 뱃속 편안한 일상이 될 수 있어 좋아한다.(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는지 부대 역사관에 모형을 만들어 비치하는 곳도 늘었고 관심이 높아졌다.)
벌써 10년전 우리나라 국산무기의 대표였던 K9을 직접 사진과 그림을 보고 만들었다.
아마 기업이 시제품을 만들며 전쟁기념관에 납품한 모형을 제외하고 민간인이 K9을 만든 건 처음있는 일이었고 그 다음으로 K77사격지휘장갑차, 구룡 다연장 로켓포 그리고 K55a155mm 자주포,그리고 KH-178 , KH-179 그리고 동란시기 국군이 인민군의 대화력에 맞서 싸우는데 일조한 M3 곡사포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중 K9은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모형이다.
문제는 만드는 어른들도 있지만 집에 모셔놓고 수집만 하거나 가격이 오르면 팔기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
군대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잘 없다. 그리고 실제 군의 문제점은 잘 지적하면서 무기체계나 본질적인 것엔 관심이 없다.
또한 사관생도나 장교후보생들도 취업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을 바라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군사전문가란 소리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인들이 개인 주택 박물관에서 모여 외국의 장비를 연구하고 지나간 전사를 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난 이 모형 때문에 부대 역사관 개관에 작은 도움도 주었고 현역군인들의 애로사항도 알게 되었고 민간인이 뭘 해야 될지 조금 알았다.
군인들은 바쁘고 현직의 간부들은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오히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구체적일 수 있다.
솔직히 진보라고 말하는 인사들 보면 크게 관심도 없고 정권유지 하고 표에 대한 욕심에 골몰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재야의 선비였던 곽재우나 실학자였던 유형원은 군인이 아니었지만 군인들 보다 병법에 능했었다.
국방부나 각군의 토론회를 가보면 늘 가는 사람만 가고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