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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1시 경산시청 앞에서 고 김상목 씨 영결식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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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노후차량 이상사고로 목숨을 잃은 경산시 청소환경노동자 故 김상목(46세) 씨의 장례식이 공공운수대구경북노동자장으로 열렸다.
고인은 경산시 5개 청소환경 민간위탁 업체 중 하나인 (주)경산환경에서 예비기사로 지난 8일 매립장에서 나오는 길에 브레이크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고인이 운행하던 차량은 14년 된 노후차량으로 한동안 운행이 없었지만, 업체가 불법쓰레기 투기 전수조사 전에 쓰레기 수거량이 늘어나 점검 없이 갑자기 투입된 차량이었다.
때문에 이 사고는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인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가 9월부터 경산시에 노후차량폐기와 특별감독실시를 요구해 왔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경산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청소환경 차량은 통상적으로 5년마다 차량을 교체한다.
이에 노조는 고인의 사망이 경산시청의 부실감독으로 인한 인재로 규정하고 조합원 전원 작업을 중지했다. 이후 경산시, 노동조합, 해당업체 3자의 재발방지대책회의가 열렸다. 12일 경산시와 업체가 유족에 사과를 표명하고 사후대책을 논의했다.
경산시는 ▲남산매립장 안전 관리철저(진출입로 급경사 급커브길에 대한 안전대책, 겨울철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을시 작업중단 등) ▲노후차량 교체 및 경산시 차량정비 특별감독실시 ▲공영차고지 확보(장기적 검토)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경산시가 내놓은 대책은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으로 고인이 목숨을 잃고서야 마련되게 되었다.
“투쟁현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던 김상목 동지 뜻 이어받아
청소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만들겠다”
13일 발인 후 노제를 지내고 오전 11시 경산시청 앞 영결식에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가족들과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동료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은 고인이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현장을 누볐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산환경지회 김팔만 조합원은 “70일 동안 쓰레기와 싸우며, 시청과 싸우며 함께했던 당신을 지키지 못했다. 이생에서 못 이루었던 꿈을 이루시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다른 민간위탁업체인 성암환경노조 이운태 대표도 “비록 다른 업체였지만, 같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동지의 모습을 기억한다. 동지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재광 경산비정규운동본부 대표는 “9월 경산시청 앞 농성장에서 처음 만났다. 얼마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문화제에 참석한 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투쟁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던 뜻을 이어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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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를 낭송하는 신경현 시인(성서공단노조 조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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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를 마친 후 신경현 시인의 추모시 낭송과 좋은친구들의 추모노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살아생전 자주 부르던 ‘철의 노동자’를 합창하며 영결식을 마쳤다.
당신은 어떻겠는가 - 경산환경 지회 고 김상목 동지의 죽음에 부쳐
/ 신경현
오늘도 어제도 분명히
깜깜하고 춥기만 하던 새벽길 위에서
함께 작업복을 입고 함께 일을 했던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 하던 사람이
정직하게 흘린 땀으로 먹던
밥그릇의 무게를 자랑스러워하던 사람이
가난하게 살았으나 궁색하게 울지 않았던
긍정의 정점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묵묵히 농성장을 지키던 사람이
부당하게 부정당한
비정규 청소노동자의 권리와 조직을 지켜내기 위해 싸워왔던 사람이
세상 끝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면서
세상 끝에 버려진 모든 몸들과의 연대를 뜨겁게 실천하던 사람이
말로써 앞장서지 않고
몸으로 앞장서며 동료들을 다독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순하디 순하게 살아왔던 사람이
새근거리며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가슴에 품으면
항상 환하게 미소가 살아나던 사람이
작고 작은 단칸 셋방에 묻어 있는
온기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늘 열심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그런데
브레이크가 들지 않아 휘청이던 청소차에서 튕겨져 머리가 터진 그가
아무도 몰려고 하지 않던 14년이나 처박아둔 청소차를 몰고 가다 그가
청소차 바퀴에 깔려서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싸늘한 주검으로 그가
당신 앞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당신 앞에 황망히 돌아왔을 때 어떻겠는가
죽음 앞에서 부랴 부랴 협상과 협의를 들먹이고
죽음 뒤에서 꼬박 꼬박 약속이행과 재발방지를 들먹이며
사람 잡는 민간위탁의 본질과 비정규 청소노동자의 임금 착취를 은폐하는
저들의 모든 협상과 협의와 재발방지와 약속이행을
당신은
과연 어떻게 믿을 수 있을것인가
차라리
차라리
믿지 말자
오늘 하루, 저들의 약속을 믿는대서 편안할것인가 당신은
오늘 하루, 저들의 다짐이 영원불멸이라 생각할것인가 당신은
약속은 결국 힘이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
오늘은 그저
억울하게 죽어간 그 한 사람
비통하게 떠나간 그 한 사람
그 한 사람의 이름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아프고 쓰리지만 반드시 기억하고 또 기억하자
도대체 왜 그 한 사람이 죽어간 것인가를
도대체 왜 그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던가를
술잔을 들어 마지막 가는 길 위에
그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