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계정사에서 가산바위를 오르다
숲과문화반 산행횟수가 49회에 이르렀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가 된 것이다. 동네 공원에서 시작하여 대구 주변의 산들을 돌아다녔으나 대부분이 회원들의 연령과 체력을 생각하여 되도록 쉽고 편한 길만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번 계정사에서 가산바위로 가는 산행길은 편도 2.5km 에 불과하지만 비탈이 심한 산길이었다. 평지가 거의 없고 성벽 바로 아래에서 가산바위까지 곧바로 올라 넘어가야하는 고행길이였다. 14명이 동양고전연구소에서 9시30분 출발 계정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30분, 주차를 하고 주경숙 반장 팀 3사람이 도착하여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간에 17명이 산으로 향했다. 새로 지은 계정사(溪停寺)는 깨끗하고 아담하였다.
계정사 대웅전
아름다운 소나무와 탑을 찍고 있는 찍사
사찰 앞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따라 몇 사람이 앞장서서 나아가 한참을 같이 따라 갔다. 가산바위는 오른편 산 위에 있을 것인데 계속 북쪽 산 능선 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가다 보니 중간에 길이 끊기고 말았다. 약 15분을 허비하고 다시 되돌아 계정사 입구에서 계곡 쪽으로 붙어 올라가니 산행하는 팀들이 등산로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산우회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11시20분에 시작한 산행길, 아침엔 엷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했으나 올라가는 동안 하늘은 점점 맑게 개이고 날씨는 청량한 가을 날씨 분위기로 바뀌었다. 17명 중 대부분이 지난 6월 지리산도 다녀오고 그동안 여러 곳의 많은 산을 섭렵하였기 때문에 다리에 힘도 실리고 쉽게 올라가리라 생각하면서 시작하였다. 나 역시 이 길은 처음이여서 어느 정도 경사인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르고 출발을 하였는데 비탈로 이어진 산길이 보통이 아니다.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걷는 속도가 떨어졌다. 이번에 처음 참가한 두 사람, 몹시 힘이 든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험한 길을 올라가면 다음부터의 산행길은 매우 쉽고 편할 것이라 말하기는 했지만 힘이 들어 가다가 쉬고 또 가면서 쉬고 다시 쉬었다가 오르길 반복했다.
마침 날씨는 청량하고 공기는 맑아 올라가는데 큰 부조를 하였다. 30여분 올라 12시가 다된 시간에 참판벼슬을 했다는 전주이씨 묘지에 도착하였다. 앞으로 바라보이는 신령재, 보이지는 않지만 오른쪽으로 있을 것 같은 유학산과 그 뒷쪽이 낙동강일터,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른 유학산 전투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주이씨 병조참판 묘소
굴참나무 단순림 천이가 진행중이다.
숨이 차서 앞만 바라보면서 숲속을 걸어왔는데 갑자기 훤하게 숲이 뚫린 곳이 눈에 들어왔다. 거의 왕릉같은 크기의 우람한 묘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묘소 앞에 서니 신령재 고개가 안산이 되고 유학산 쪽이 우청룡, 가산 산성쪽이 좌백호의 모습의 전형적인 명당자리에 전주 이씨 병조참판벼슬을 한 사람의 묘소가 있다. 그 무덤 앞에는 무관이 양쪽으로 묘소를 지키고 있다. 이 높은 곳에 묘소를 쓰고 관리를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면 그 자손 역시 복락을 누리고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펀하게 자리를 잡고 편하게 쉬니 다들 좋다고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한쪽 하늘에는 조갯살 흰구름이 점점이 흩어져 있고 거의 대부분의 파란 가을 하늘이 동심을 일깨워 준다. 힘들게 땀을 흘리며 숨 가쁘게 올라왔지만 지금 이 순간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들이 평화로웠다.
그래도 마냥 쉴 수만은 없다. 어차피 가산바위에 올라가야 점심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길을 떠난다. 울울창창했던 소나무숲이 이제는 참나무숲으로 바뀌었다. 산림천이는 수직으로는 산의 높이와 수평으로는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구지방은 온대중부에 속해서 초지-소나무-참나무-서나무림으로 천이가 진행된다. 굴참나무군락, 신갈나무군락이 뒤섞이어서 온통 참나무류 뿐인 순림이다. 이 참나무들도 언젠가 식생천이에 의해서 서어나무군락으로 바뀌어 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2백년이거나 4백년이 걸리든지 간에 수종이 바뀌면서 극성상으로 천이 되어 갈 것이다.
해발이 상당히 높아진 모양이다. 계정사가 해발 220m, 참판묘소가 420m라고 하니 해발 860m인 가산바위까지는 직선으로 440m를 올라가야 할 판이다. 평지가 아니라 곧바로 수직으로 440m를 올라가야 한다니 얼마나 힘이 들것인가? 땀이 많이 나고 숨이 찬다. 주반장 서부팀 3 사람은 일주일여 동안 강원도 일대 명산들을 섭렵하고 어제 밤에 대구로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상없이 움직이고 있다. 역시 산행의 베테랑임을 입증한 것 같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같이 힘이 드는 산행이었으나 1시가 넘어 산 능선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가산 바위가 눈에 들어 왔다. 나 역시 에너지가 소진된 기분이 되었다.
왜관 쪽 산너머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다들 건장하고 씩씩하고 멋집니다.
키가 낮은 활엽수들이 바위 주변을 감싸 안고 있고 바위 앞쪽에는 계단이 있어 가산바위 윗쪽으로 안내해주고 있다. 100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 가히 가산바위 “架岩“이라는 명칭을 부여 받기에 충분한 용모를 가졌다. 멀리 대구시내 아마 칠곡의 아파트 들이 죽순처럼 빽빽하게 모여있고 그 너머 대구 시내가 아스라히 내려다보인다. 이 가산바위가 초례봉에서 시작한 팔공산 능선의 마지막이 되는 곳이다.
다들 배가 고파 가져온 도시락을 챙기고 앉을 자리를 架山이라고 음각된 가산바위북쪽 끝부분에 모여 앉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서각의 대가 조선생님이 가져온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여러 사람들이 가져온 반찬들이 합쳐져 뷔페수준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즐거운 식사시간
박교장선생님의 ‘아-가을인가’ 명창중
그리고 가져온 과일도 커피도 마시고 박두흥 선생님의 “아- 가을인가“ 하는 청량한 노래 소리가 하늘로 산으로 그리고 계곡으로 스미여 속속들이 가을을 영글게 해준다. 다음은 조용길 선생이 양각으로 서각한 작품을 발표하려고 할 즈음 회원 한분의 몸에 긴급사태가 발생하게 되어 모든 민간요법이 동원 되었다. 다리에 쥐가 나서 마사지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고 발가락 끝부분에 피를 뽑기도 하면서 모두 긴장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먼 길을 걸어 갈수가 없다고 생각되어 119에 전화하여 한시간정도 후면 온다고 하던 119가 오지를 않아 할 수 없이 자동차가 올라온다는 중문까지 부축하여 걸어가기로 하였다. 자동차를 계정사에 주차해 놓았기 때문에 차를 가져온 분들은 그쪽으로 내려가 차를 가지고 혜인정사 앞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머지는 중문 동문을 거쳐 주차장에서 만나서 가기로 했다.
단체사진
다들 모였는데 주반장 뒤 한분이 누구신지요?(조문주 선생님?)
가산바위에 올라(登架岩)
한 여름 푸르던 잎새
이제 가을 모습
길고긴 인동 세월 준비하는가?
속세 짐 지고
참고 견디고 그리고 또 또 견디고 참으며
드디어 여기까지 올라와
가을나무 소리없는 아우성
무슨 생각이 나는지?
누구 말처럼
삶이란 꼭 그렇게 의미가 있어야만 하고
꼭 속이 알차고 여물어야 하는 것만 아니라고
수안, 성철, 법정처럼
그렇게 풀잎처럼
살아가는 것 뿐이라고
그냥 그냥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네
가산 산행 하루
높이뜬 흰구름이 가을하늘이네!
드디어 동문에 도착하고
4시가 다된 시간에야 119차가 와서 불편한 회원 한사람만 태우고 칠곡카톨릭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가산바위에서 주차장까지 5km가 넘은 길이다 평평하고 경사는 없으나 가도 가도 해인정사 입구가 보이지 않아 지친 몸이 되었다. 드디어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5시30분이 넘어서야 칠곡가톨릭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9구 응급차로 먼저 병원에 도착한 회원은 응급조치를 마치고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같이 간 모든 사람들도 안심하게 되었다. 걱정 했던 일이 잘 마무리되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오늘 하루는 같은 가족처럼 아픔을 서로 나누고 보살펴 주는 우리 숲과문화반 회원들의 속깊은 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 전하면서
<지산>
길가의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법륜>
우리는 흔히
왜 사느냐고
인생의 의미를 묻습니다.
그러나 삶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인생은 의미를 갖고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겁니다.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그러면
또 하나의 굴레만
늘게 됩니다.
우리 인생은
길가에 피어있는
한포기 풀꽃입니다.
길가에 풀처럼
그냥 살면 됩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나는 특별해야 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의 하루하루 삶에
만족 못하고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후회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알면
특별한 존재가 되고
특별한 존재라고 잘못 알고 있으면
어리석은
중생이 되는 겁니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길가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꽃같은
존재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인생이 그대로
자유롭습니다.
내가 남보다 잘나고 싶고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인생이 피곤한 겁니다.
진정으로 자유를 원하고
행복을 바란다면
마음을 가볍게 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삶이 별게 아닌 줄 알면
도리어 삶이
위대해 집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시간을 내어 암자에 갈적에 동참하시어 불교에 대한 해설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