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3년 동안 조교생활을 했다.
그당시,
내가 실습지도를 해야 할 학생 숫자는
유급생까지 포함하면 얼추 100명 남짓이었다.
습관적으로,
수업 전에는 항상
학생 사진출석부를 유심히 보고 들어간다.
학생 이름과 얼굴을 정확히 익혀,
실습 때 이름을 부르며 지적질을 하기 위해서...
그런데, 매번 실패다.
아무리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그놈이 그놈 같다.
의대 들어오는 놈들은 어찌나 분위기가 비슷했든지...
교수생활 곧 20년인데,
지금도 학생 이름과 얼굴에 대한 울렁증은 여전하다.
아니 더하다!!!
이놈들이 사진출석부용으로 사진 제출하라고 하면,
의전원 면접때 써먹었던 뽀샵 처리 가득한 사진을 제출해서
도무지 누가누군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작년에는
해부기사 선생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실습 첫시간에 학생들 사진을 직접 찍어서
진짜 얼굴의 사진출석부 만들라고...
그런데,
학생의 이름 뿐만 아니라
학생과의 에피소드까지 기억하시는
부러운 교수님이 있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장영희 교수님.
그 분의 책 속에는 많은 학생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과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그 분처럼,
학창시절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되새기며
제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억력 좋은 교수가 되고 싶다.
장영희 교수의 문학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