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을 할 때는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켭니다. 뉴스 시간 말고는 주로 MBC FM을 듣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처음 세팅할 때 MBC 주파수가 눈에 뜨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인에게 소개받아 가끔씩 듣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도 좋습니다. 며칠 전 대구 출장 나가면서 MBC 여성시대에서 57년생으로 25년 경력의 여자 조율사 한 분이 나오셔서 자신의 삶과 직업을 담담하게 얘기하시더군요. 다른 일을 하다가 25년 전 피아노 조율 일을 배우며 직업으로 삼으셨고 이후 남편분도 함께 조율을 하고 계신답니다. 힘과 탄력이 넘치는 말투에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긍지, 가족애가 자연스레 묻어나와 감동 받았습니다. 체르니까지 치셨다는 그 조율사분께 짧게 연주를 부탁드렸더니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치시더군요. 잔잔하지만 격렬한 감동, 필설로는 표현이 부족합니다.
사회생활 삼십 수년 간 다양한 직장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 중소기업 실사를 다니며 만난 수많은 사장과 종업원들, 창업사관학교에서 함께 했던 청년 창업자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자기 직장에, 하고 있는 일에 긍지와 자부심, 보람을 느끼는 이가 너무나 적은 것 같아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능력에 대한 인정이 인색해서, 벌이가 시원찮아서, 제도가 따라주지 않아서, 규제가 너무 많아서, 같이 일하는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참 많은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 탓이었습니다. 남은 내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회활동을 접을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부터 마음자리를 바꾸고 행동과 습관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의 출발은 나의 마음, 현재의 출발점에 있습니다.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니 이렇게 바꾸어 보자, 이런 장점이 있으니 좀 더 강화해보자, 이런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행동한다면 자긍심이 살아나고 즐거움이 배가되어 현재의 직장, 하는 일이 더 이상 지겹고 싫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오늘도 현재의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갑니다. 정쟁만을 앞세워 국가의 현재와 미래가 실종된 것 같은 상실감을 강하게 받고 있는 즈음, 남 탓하기 전에 내가 보완할 점, 버릴 점을 먼저 돌아보고, 타인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고 북돋우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기를 바랍니다.
환갑 갓 넘기신, 자신이 하는 일을 삶의 활력소로 삼고 자긍심으로 즐겁게 생활하며 범사에 감사하시는 여성 조율사님의 말씀 덕분에 흐트러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집니다.
며칠 전 들었던, 이루마가 연주하는 ‘Kiss the rain’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평화롭게 해 줍니다.
https://youtu.be/so6ExplQlaY
저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참 좋습니다. 과거 금성사 시절부터의 직장생활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늘 감사를 드립니다. 9개월은 개미처럼 일하고, 3개월은 베짱이처럼 노는 참 좋은 팔자를 만들었습니다. 9월까지는 앞 뒤 돌아보지 않고 바삐 일하고 10월부터 연말까지는 유유자적, 자연을 벗 삼아, 벗들과 혹은 가족과 함께 나다닐 수 있음이 좋습니다.
아내와 부석사에 나린 가을을 맞으러 갔습니다. 비도 비껴가 주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386826970
도서관과 함께 있는 공원, 참 좋습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에 책 보러 가며 잠시 가을 풍경을 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385383562
집에서 20분 거리, 낙동강변의 동락공원에도 가을이 내려앉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385061789
지난 화요일, 경주 나들이를 갔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단풍도 물들었고 야경도 멋졌습니다. 이런 맛에 삽니다. 이리 열심히 놀다가 내년 초부터는 또 일에 집중해야지요...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383139951
빈틈(모셔온 글)=====================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습니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 부릅니다.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답니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릅니다.
제주도의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돌담을 잘 살펴보면 돌과 돌 사이를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틈이 없는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약간 부족한 듯한 사람에게서 인간미와 매력을 느낍니다.
내 마음에 빈틈을 내고
나 자신의 빈틈을 인정하고
다른 이들의 빈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주도의 돌담처럼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멘토의 수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