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서른 살에도 시처럼 살기를
‘책을 읽다가 온몸이 싸늘해져 어떤 불덩이로도 녹일 수 없을 때 그것이 바로 시다. 머리끝이 곤두서면 그것이 바로 시다. 나는 오직 그런 방법으로 시를 본다.’ - 에밀리 디킨슨-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에밀리 디킨슨
슬픔처럼 살며시
여름이 사라졌네-
너무나 살며시 사라져
배신 같지도 않았네-
고요가 증류되어 떨어졌네,
오래전에 시작된 석양처럼
아니면, 늦은 오후를
홀로 보내는 자연처럼-
땅거미가 조금 더 일찍 내렸고-
낯선 아침은 떠나야 하는 손님처럼 -
정정하지만, 애타는 마음으로
햇살을 내밀었네-
그리하여, 새처럼,
혹은 배처럼,
우리의 여름은 그녀의 빛을
미의 세계로 도피시켰다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만난 지금 싸늘해진 온몸으로 무언가를 써야 할 것 같은 마음을 어떤 불덩이도 녹일 수 없었다. 시란 무엇인가? 누가 물어오면 어떻게 멋지게 대답해줄까? 은사님께 여쭈어도 보고 책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시를 들고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삿된 마음이 없는 순수 그 자체의 결정체가 시다. 시는 소중한 것을 위해서 쓰는 거다. 시인이 살아온 삶의 색깔과 향기를 고운체로 걸러내고 걸러낸 결정체가 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인의 삶이 용광로에서 녹아내려 쇳물이 되어 나올 때 그것이 진정한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나만의 시를 쓸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시인은 그의 시처럼 살아야 한다. 그의 삶이 시가 되어야 한다. 은사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사랑의 의미를 에밀리 디킨슨이 나에게 들려준다.
그래, 두 번째 서른 살에도 시처럼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