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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흐르는 물의 양이 아주 많아 눈과 귀가 모두 시원하다.
계곡에 딩구는 큼지막한 바위들을 보는 눈이 시원하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의 장쾌함이 온 몸을 전율케 한다.
‘비로소 나는 계곡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에도 많은 계곡을 보아왔지만 지금은 이 계곡의 기억밖에 없으니,... |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 표지판이 서있고 줄이 쳐져있다. 위험하기 때문이리라!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오른다.
방장산대원사方丈山大源寺 일주문을 지나 한참을 오르는데 길의 오른쪽에 계곡이 가깝다.
장마철이면서도 중부지방은 가뭄이 극에 달해 저수지 마다 물이 마른지 오래이다.
그런 지금 이렇게 풍부한 물이 부럽고 반갑다!
<사진2> 대원사 가는 길 오른쪽 계곡
대원사는 내려올 때 들르기로 하고 그 앞을 그냥 지나치며 유평마을을 향해 오른다.
보통은 절의 위쪽에는 마을이 없다.
그런데 여기 유평계곡에는 8부 능선까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유평마을, 삼거리마을, 중땀마을, 새재마을 그리고 외곡마을까지,...
그만큼 계곡이 넓고, 수량이 많으며 또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이란다.
먼저 무제치기폭포를 향하여 가는 1팀이 앞서 가고 우리는 예정대로 새재를 향하여 뒤따른다.
이 계곡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길은 여러 군데 있다.
치밭목대피소, 써리봉을 거쳐 천왕봉에 가깝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친구들과 셋이서 새재마을의 한 초가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천왕봉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래 주차장에서 마을의 차를 빌려 타고 새재마을까지 가서 천왕봉을 오르기도 한단다.
유평마을을 조금 지나 산으로 오르는 두 번째의 갈림길에서 내려오는 1팀 일행 중 제일 예쁜 몇 분을 만난다.
날이 덥고 오르는 길이 가파르니 계곡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나 보다.
장마 중간이라 습도가 높아 무덥고 땀이 비 오듯 한다.
이 갈림길은 주차장에서 3.5km, 대원사에서 1.5km 오른 지점이다. 천왕봉까지는 10.2km, 새재마을까지는 3.7km의 거리에 있다.
새재마을에서도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이 또 있다.
아스팔트포장을 한 길은 아직도 석유냄새가 많이 올라오지만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맑은 계곡의 물소리가 있어서 좋다.
7월의 우거진 나무도 그렇고, 그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도, 간간히 들려오는 곤충들의 울음소리도,... 이 모두의 어울림은 더 좋다.
조금 더 가니 삼거리마을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새재마을로 가고 오른쪽으로는 외곡마을로 간다.
외곡마을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시멘트포장 그대로다.
일행 중 한 분이‘우리 저 길로 갑시다’한다.
오늘은 계곡을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산행이니 이 길이든 저 길이든 모두 좋은가 보다. 금방 모두 뜻이 맞는다.
옆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잣나무 숲에다 점심상을 편다.
밥 한 그릇을 챙기고는 반찬은 모두 가운데로 밀어 놓는다.
상추와 된장, 거기에 풋고추도, 두릅무침에 버섯무침까지,... 그 옆에 달걀말이도 있다.
어라! 물김치도 있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여름이라 시원해서 한 몫 단단히 한다.
아, 막걸리도 있고,...
별 대단하지도 않은 밥상이 이렇게 잘 어울리고 맛이 있을 수가?
자연 속의 이 소박한 밥상에 만족하는 우리는 더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감사한다.
외곡마을로 올라가면서 마을 사람을 만나 길을 묻는다.
외곡마을은 외고개 아래에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외곡마을에서 조금 오르면 왕등재 습지가 나온다.
왕등재 습지는 2008년 람사르총회 공식 탐방지이었다고,... 천년 이상 된 자연형 습지로 지금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외곡마을 사람들은 많이 불편할 듯도 하지만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이 마을에는 금관가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를 피해 들어온 곳이었다고,...
신라군에 발각된 구형왕은 외고개, 새재, 쑥밭재를 넘어 칠선계곡으로 갔다 한다.
당시의 유물이라 추정되는 기와장 등이 곳곳에 있단다.
지금은 네다섯 호의 집이 있고, 사과나무가 많이 심어 있다. 금호도에서 많이 본 방풍도 밭에 심어져 있다.
아마 한약재로 쓰기 위한 것인 듯하다.
<사진3> 외곡마을에서 저 멀리 바깥세상을 보며
이 깊은 산속, 산중턱에 이런 밭이 있다니,...
앞의 비탈밭 덩굴로 올라가는 작물은 무엇일까?
몇 그루 감나무도 보이고, 멀리 흰점들이 보이는 곳이 사과나무인 것 같은데,...
외지로부터의 손길이 닿지 않을 것 같은 청정한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이곳의 사람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길 빈다.
이곳은 산이 깊어 수시로 노루, 멧돼지 등이 나타나고 반달가슴곰도 나타난단다.
이런 동물들로부터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위에 에코팬스를 설치하고 전자파를 이용하여 이들의 접근을 막는다고,...
<사진4> 에코팬스와 그 안내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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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산을 향해 에코팬스가 설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외곡마을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옆의 계곡은 위험하지만 들어갈 수 있다.
아주 덥다. 땀도 많이 흐르고,...
그 속은 햇빛이 없어 어둡기는 해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속에서 보는 바깥세상의 모습이 더욱 밝아 보이고 그 곳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조금은 덥더라도,...
계곡 속에 숨겨진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5> 계곡 속의 숨겨진 폭포
다시 대원사로 내려온다.
대원사大源寺는 해인사의 말사로 548년 신라 진흥왕대에 연기조사緣起祖師에 의해 창건되었단다.
창건 후 세 번의 화재로 재건이 거듭되다가 1959년 김법일스님에 의해 현재의 대원사로 재건되었다고,...
신라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세운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다층석탑이 사리전 뒤에 있다는데 보지 못하였네!
지금은 비구니比丘尼들의 참선도량參禪道場이다
<사진6> 방장산대원사方丈山大源寺 대웅전
대원사 일주문을 향하여 나오는 길에 보이는 것이 있다.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한 것이,...
우리를 호위하듯 길의 양쪽에 줄기가 붉은 소나무들이 늘씬한 몸매를 뽐낸다.
이 소나무들은 줄기가 붉어 적송赤松이라 불리기도 하고, 또 육지에 나니 육송陸松이라고도 한다.
바닷가에 많이 나는 검은 색깔의 곰솔은 해송海松 또는 흑송黑松이라고 한다.
수십 수백 년의 세월을 이겨온 이 줄기가 붉은 소나무가 길과 계곡과 어울린 모습이 고향처럼 반갑다.
<사진7> 길과 계곡과 소나무
시인 고은의 '그 꽃' 이라는 시 생각나지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올라갈 때는
오로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에 볼 겨를을 찾지 못하다가
정상에 오른 후
내려올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의 삶이 다 그런 것 아닌가요?
오를 때에 보지 못한 것을 탓하지 말자!
그만큼 열심히 올랐다(살았다)는 것이리라
내려갈 때라도 놓치지 말고 보자구요!
나 정말 그러고 싶다.
저 사진 속의 ○○○님 마냥,...
첫댓글 산행후기를 읽다보면 산과 함께 호흡하고 산과 친구가 되어 동행하였음이 물씬 느껴집니다.
무턱대고 앞만보며 내달리듯 걸어가는 초보와는 차원이 다른 깊이가 있어요.
한 십년쯤 산에 오르다보면 차츰 산과 동행하는 느낌이 올까요.
오른쪽의 외곡마을~ 가보지 않은 곳의 느낌..산행후기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