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나눔이의 상태가 심상찮았다.
밥을 먹지 않았고 침을 흘리며 호흡이 거칠었다.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몸을 맡길 뿐이다.
가끔 먼 곳을 보거나 바람 부는 시원한 곳으로 몸을 돌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시월이랑 밥 싸움을 했었는데
마지막 때를 아는 듯 조용하다.
늙은 개가 죽음을 직감하면 가족 근처에 냄새와 병과 다른 야생동물을 피하려고
본능적으로 멀리 가서 마지막을 맞는다고 한다.
지난주 예배를 마치고 나눔이를 보니 호흡이 멈춘 채 우리 안에 누워있다.
나눔이를 안고 나오다가 시월이 앞에 멈추었더니 냄새를 맡으며 낑낑거린다.
오래전 사랑이가 묻혔던 꽃밭에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다.
시월이를 풀어놓았더니 나눔이 우리에 들어가서 한참이나 냄새를 맡고 주변을 살핀다.
12년 동안 나눔이와 함께 살았던 기억들이 한순간 지나갔다.
마음이 울적해서 시월이 우리를 뜯어 없앴다.
요즘 반려견 장례를 거창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는데 그냥 덤덤하게 꽃밭에 묻었다.
우리는 이별이나 마지막을 졸지에 겪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씀에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이어받을 수 없고
또한 썩는 것은 썩지 아니하는 것을 유업으로 받지 못하느니라 하였다.
짐승의 죽음도 슬프지만 하나님의 사람으로 구원받지 못하고
썩어질 흙으로 우리 인생이 끝난다면 이보다 슬픈 일은 없다.
지난날을 기억하는 것이 마지막이 아니라
주 안에서 헛되지 않도록 힘써 수고하며 믿음으로 사는 것이 마지막 남은 삶이 되면 좋겠다.
흙에 속한 자로 살기보다 하늘에 속한 자로 살자.
또한 썩는 것은 썩지 아니하는 것을 유업으로 받지 못하느니라 [고전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