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장려상
재수를 하고 싶었다. 평소 모의고사 성적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로 대학을 들어갔다. 수시 원서를 여러군데 넣어볼 돈이 없었다고 하면 비참해질 것 같아, 그냥 내 수준이 이정도라고 하겠다.
무언가를 탓할 겨를이 없었다. 원망할 대상도 없었다. 겨울이 되면 수도관이 얼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 집도, 바퀴벌레가 돌아다녔지만 어찌할수 없던 내 방도,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을 엄두내지 못했던 우리집 형편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기 싫었다. 그건 죽기보다 싫은 것. 핑계는 아버지만의 것이어야했다. 나는 달리 살거야. 그렇게 대학을 왔다. 오티와 엠티, 광장에서 밤새도록 벌어지는 술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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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다고 했던 우리과 선배가 한명, 교양수업을 같이 들었던 공대남학우가 한명, 아르바이트를 같이 했던 옆학교 남자애가 한명.
내가 좋아했던 사람도 있었다. 처음 그 선배를 알게 된 건 중간고사 시험이 다가오던 어느 밤. 키가 큰 남자가 저 높은 곳에서 한손으로 열람실 문을 잡아주었다. 말쑥한 웃음으로 나를 알아보던 선배.
선배가 입고다니는 코트가 시장표가 아닌 진짜 버버리 코트인걸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어려운 일은 단과대 내에서 이미 유명했던 선배의 웃음을 오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도 나는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을 찾았다. 카페에 가 있을 돈이 없었다.
그럴때면 내 옆으로 선배가 책을 들고 앉았다.
창밖으로는 기타소리와 여수밤바다 노래가 들렸고
살랑이던 바람과 쿵쿵대던 심장
내 청춘은 그렇게 기억된다.
나눠마셨던 캔커피, 함께 걸었던 캠퍼스,
그 선배가 입고다니던 코트의 가격을 안 것도,
선배에게 그런 코트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도,
그 날은 처음으로 내 몸에 걸치고 있는 것들을 계산해본 날이기도 했다.
만원짜리 셔츠, 이만원짜리 치마, 삼만원짜리 신발, 만오천원짜리 가짜 가죽 가방..
그 날은 하루종일 일해 받은 아르바이트비 6만원 전부로 즉석복권을 샀던 날이기도 했다.
눈물난다
아니 어떻게 글에서 향이 나지 여시 진짜 재능이 있는거 같은데 계속 읽고싶게 만드는 능력..
먹먹하다
이건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겠지..아닐수가 없어
마음이 아려 ㅠ
작가해조…글 넘좋다..
볼 때마다 슬프다 진짜 순식간에 먹먹해져... 입은게 얼마든간에 언제나 행복하길!!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읽으러 왔어.. 뭔가 먹먹하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