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딸(아들)이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은 성탄시기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여러분에게도 구원과 희망의 빛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나요? 내일부터는 전례력으로 연중시기가 시작된답니다. 이 시기의 복음은 예수님이 3년간의 공생활 기간 동안 보여주신 여러 가르침과 치유와 기적들을 들려줍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세례는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나자렛에서 보낸 30년의 준비과정을 마무리하는 분기점이 됩니다. 이미 완벽한 자격을 갖춘 예수님은 왜 굳이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으셨을까요? 당신은 이제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텐데 말이죠. 제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묵상한 바에 의하면, 아마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데에는 그 어떤 자격이나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함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제 신앙생활을 되돌아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유아세례를 받은 저는 주일 미사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하면서 바로 본당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하였고 23살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니면서 우여곡절 끝에 25살에 신학생이 되었습니다. 32살에 사제가 되어 어느덧 사제수품 16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학생시절에는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사제생활이 길어질수록 하느님의 보살핌이 없었더라면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단언컨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세상이 요구하는 틀에 끼워 맞추면서 힘겹게 신앙생활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하느님은 우리가 어떤 자격을 갖추었을 때만 사랑해주시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격 조건은 오직 하나,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겠다는 의지하나면 충분합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딸), 내 마음에 드는 딸(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