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기
/최승자
오늘 나는 기쁘다. 어머니는 건강하심이 증명되었고 밀린 번역료를 받았고 낮의
어느 모임에서 수수한 남자를 소개받았으므로.
오늘도 여의도 강변에선 날개들이 풍선돋힌 듯 팔렸고 도곡동 개나리 아파트의
밤하늘에선 달님이 별님들을 둘러앉히고 맥주 한 잔씩 돌리며 봉봉 크랙카를
깨물고 잠든 기린이의 망막에선 노란 튤맆 꽃들이 까르르거리고 기린이 엄마의
꿈속에서 포니 자가용이 휘발유도 없이 잘 나가고 피곤한 기린이 아빠의
겨드랑이에선 지금 남 몰래 일 센티 미터의 날개가 돋고...
수영이 삼촌 별아저씨 오늘도 캄사 캄사합니다. 아저씨들이 우리 조카들을 많이
많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코리아의 유구한 푸른 하늘 아래 꿈 잘
꾸고 한판 잘놀아났읍니다.
아싸라비아
도로아미타불
//최승자: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 독문과에서 수학. "문학과 지성"을 통해 데뷔한 그는 철저한 긍정에 도달하기 위해 세계 전체에 대한 부정을 수행하는 시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인. 시집으로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가 있다.
//더 이상 해설이 필요없는 시다. 제목처럼 즐거운 하루에 일어났던 일을 즐거운 표현으로 쓴 시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