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종주 울대고개~솔고개
종주일자 : 2004년 2월 19일
종주구간 : 울대고개~포대능선~도봉주능선~우이령~상장능선~솔고개
소요시간 : 7시간 40분(휴식시간 포함)
특공대 작전
백두대간과 9개정맥을 끝내고, 이루었다는 자만심으로 보낸 몇 달, 이제 몸도 무거워지고 마음도 무겁다. 그래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다짐하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 5호선에 올라 한형을 만난다. 그리고 구파발 1번 출구로 나와 의정부행 36번 시내버스에 올라 울대고개로 향하면서 오봉 위로 아침을 여는 태양이 너무나 황홀하다. 오늘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해내야 할 터인데, 그래 해보자.
이 구간은 지난 2000년 내가 한북정맥을 끝낼 때만해도 우이령이 군사지역이라 통행이 금지되어 542봉 우이암에서 한북정맥을 마감을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통과했다는 선답자들의 종주기를 접할 수 있어 벼루고 있었던 것이 이번 한형의 한북정맥 졸업도 축하할 겸 동행이 된 것이다.
08시 05분, 지난 가을, 고스모스가 활짝 피어있을 무렵이었지, 한마음 선교산악부 회원들과 올라섰던 1m가 넘는 옹벽 위로 시커먼 터널 구조물이 마중 나온다. 봄이 오는 문턱 우수, 어느새 영상의 기온은 시작부터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정맥길엔 여기저기 잔설이 남아있을 뿐 낙엽이 수북하다.
"김선배, 내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오늘 천천히 합시다." 한형의 말이다. 한형은 지난달 여성봉에 오르다 조금 삐끗한 그 휴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봉이 한형을 거부했단 말이요" 한바탕 웃고 나니 몸이 풀리는 듯 더욱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08시 53분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 이정표(사패산:0.1km)가 서있는 능선분기점에 오른다. 그리고 사패능선에 접어든다. 멀리 사패능선을 지나 포대능선으로 이어지는 도봉산의 빼어난 암 봉들이 이빨을 들어낸 채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오봉 너머로 북한산의 암봉들도 살포시 얼굴을 드러낸다.
안골과 원각사로 내려설 수 있는 안부를 지나고, 505m봉을 오르는 능선은 어느새 봄 냄새가 가득하다. 길고 긴 계단길에 이어 다시 한차례 10여분 올라선 산불초소가 있는 649봉은 언제나 시원한 조망을 선사한다. 지난 여름 몇 차례 한마음 회원들과 올랐던 곳이 여서 더욱 마음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의정부시가지와 수락산, 불암산 아래로 펼쳐지는 동부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연이어지는 암 봉과 낭떠러지, 그 사이의 분재와 같은 소나무의 어울림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절로 탄성이 나온다. 기기묘묘한 바위 위에 장송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0시 04분 소나무 한 그루가 보기 좋은 연기봉을 통과한다. 그리고 20여분 후 올라선 전망대 역할을 해주는 716.6m봉인 포대에서 한차례 쇠줄에 매달린다. 바위날등에서 맞는 봄바람은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듯하다. 신선봉을 지나 주봉과 칼바위를 우회하고 그리고 올라선 전망대 바위,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마 도봉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망을 선사하는 곳 같았다. 한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12시 21분 542봉으로 오르는 계단길은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던 특공대작전을 펼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542봉에서 조금 내려서면서 만나는 능선분기점에는 낯익은 리본 두 개가 보인다. 몇 일전 잔디밭산악회 김종국 대장이 매어놓은 표지기다. 오른쪽으로 잠시 내려선 곳에 드디어 출입금지란 팻말이 붙어있다. 새 힘을 얻기 위해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20여분의 중식시간, "이제 충전을 했으니 출발합시다." 우이령으로 내려서는 길은 긴장의 순간들이다.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이래서 죄를 짓고는 못사는 법인가 보다. 드디어 개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령(13:10)이다. "그래 부딪쳐 보자" 그리고 반갑다는 듯 반기며 다가서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전경과 주고받은 대화?,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송추쪽으로 잠시 내려선다.
한 구비 돌자마자 내려서면서 보아두었던 계곡이 나타난다. 다행이 계류가 단단하게 얼어있다. 걸음아 나 살려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동안 오르다보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물길이 두 군데로 갈리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잡목을 헤치며 급사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길은 없다. 북사면이라 그대로 쌓여있어 눈이 발목을 붙잡는다.
숨이 턱턱 막히는 오르막길, 드디어 능선마루(13:34)에 오른다. 20여분간 펼쳐진 특공대작전은 성공이다. 이제 다시 행복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 한 모금을 마시며 거친 숨을 달래본다. 완만한 오름길, 거대한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다시 만나는 겨울길, 그리고 드디어 말만 들어오던 상장능선에 발을 들여놓는다.
13시 53분 바위봉에 오른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전망대를 만난 것이다. 북쪽으로 지나온 사패산, 도봉산이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남으로 북한산의 모든 봉우리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슨 글로 이 아름다움을 표현을 해야할까?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사패능선과 포대능선과는 달리 내리막길이 빙판길이라 발걸음을 붙잡는다. 시야에 멋진 바위봉이 어서 오라 재촉을 한다. 첫 번째 바위봉은 오를 수가 없어 우회를 하고 두 번째 바위봉은 한형이 선두로 무난히 올라서면서 만나는 상장봉 정상(14:26), 역시 상장봉능선은 어디서도 조망이 남다르다. 3월 한마음 회원들과 꼭 한번 오리라 다짐하고 이제 하산길로 접어든다.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정맥의 벗 건건산악회의 리본이 반갑다. 너럭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폐타이어로 만든 교통호가 있는 마지막 봉에 올랐다가 솔고개(15:45)로 내려선다.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남기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