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화상. 이 명제대로라면 우리가 늘 접하는 대중매체 속에는 우리의 자화상이 나타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나라의 대중매체는 우리 한국인의 자화상이아니라 다른 어느 인종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의 모습을 제일 잘 나타내야하는 대중매체가 오히려 우리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일 많이 접하는 대중매체는 단연 TV이다. TV는 대중매체중에서 제일 왜곡이 심한 매체이기도 하다. 대중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다 여차하면 채널을 돌릴 수 있기때문에 시청자의 눈을 잡아끌만한 자극적인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자면 ‘과연 남들도 다 저럴까, 내 주위에는 저런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마저 나게 한다. 그러면 TV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먼저 TV에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TV드라마에서 가진 건 돈 밖에 없는 재벌2세, 역경을 헤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재벌2세를 만나 씩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결혼에 성공하는 가난한 여자, 이들의 사랑(?)을 저지하려는 악독한 여자와 가난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난한 청년, 이 4명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름과 장소만 바꿔가며 거의 모든 드라마에 출연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런 이야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장담하건데 스포츠신문 1면에 일주일 내내 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얼마 전에 했던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드라마를 아주 감명 깊게 보았다. 그 드라마에는 화려한 재벌2세도, 청승 가련한 여자도 아닌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이웃들이 나왔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 드라마를 보았다. 마치 우리가족의 일처럼, 우리 이웃의 일처럼 느끼며 진심으로 걱정하고,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그런 작품이야 말로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로 TV가 우리의 모습을 너무 진보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토크쇼나 오락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성이나 라이프에 대해 개방적이다. 어제 방영된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가족들과 같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성에 대한 이야기의 수치가 높았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예전 같으면 서로 피했을 이야기들을 이제는 누가 더 야한가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방송인데 너무 선정적인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첫 키스는 x살 때 해야 정상인가??남자친구는 보통 x살 때 사귀는 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기준에 나를 맞춰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창 유행했던 ‘웰빙’도 역시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맞춰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지’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독한 불경기에 시달리며 먹을 것 , 입을 것을 아끼는 사람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당장 먹고 살기가 빠듯한데 아로마 향초를 피우고 고급 스파(spa)에 다닐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TV에 비춰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고 오히려 우리가 TV에 나오는 모습에 맞춰 바쁘게 따라가야 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우리들은 대중매체를 접하면서 우리의 현재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생각한다. 대중매체가 우리의 모습을 왜곡 시킨다면 우리의 미래의 모습도 왜곡되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조금은 덜 자극적이더라도, 너무 미화되지도 않고 너무 비하되지도 않은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