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1. 화요일
양평에 농막을 지어, 퇴직한 남편 놀이터를 마련해 준 친구가
갖가지 유기농채소를 자져와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름 모를 채소들이 싱싱하다.
싱싱함을 유지시키기 위해 어제 골프장보다 숙소에 먼저 들러 냉장고에 넣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채소를 키워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야채사랑이다
가볍지만 아주 푸짐하게 먹었다
그리고 이제 18홀 코스를 새롭게 시작한다
어제 코스 잘 익혔으니 오늘 잘 해보자하고 공격적으로 샷을 날리지만 만만치 않다
오늘도 18홀을 완벽히 걸어야 한다
카트 혼자서 자동으로 달려나가고 우린 뒤를 따라 걷는다
저 대나무 담장 틈으로 고개를 내민 장미 한 송이
뭐가 그리도 궁금했니?
여긴 바닷바람 탓인지 꽃들이 좀 늦게 핀다
우리 아파트는 장미가 다 지고 잎만 무성한데 여긴 철쭉까지 아직 피어있다
공군의 상징인 독수리가 활주로에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앰블렘이
이틀간 우리의 티샷 방향을 안내해 줬다
여기저기 수로를 건널 때나 호수를 지날 때, 다리를 걷는 기분이 꽤 낭만적이다
서걱이는 갈대숲이 제법 운치를 더한다
강릉에 오자마자 강릉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났던데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들에겐 바닷바람이 아주 시원하게 열기를 식혀줬다
어제는 발견하지 못했던 재밌는 모래상자가 눈에 띄었다
잔디와 모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잔디를 가꾸는 데는 모래가 필수다
모래함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요?
이제, 이틀간의 라운드를 끝내고 방문증을 반납한 후 공군기지를 벗어났다
어제는 남항진 바다를 거닐었는데 오늘은 안목해변으로 가 보기로 한다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은 강릉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커피거리를 걸으며 나도 모르게 가족과의 추억 찾기를 하게 된다
어!
우리 가족이 차를 마셨던 카페 보사노바가 그대로 있네
세인트 존슨 호텔 룸에서의 일출은 정말 장관이었지 하며 남편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렇게도 황홀한 일출은 또다시 만나지 못했다
한창 강릉단오제가 진행 중이건만 해 질 녘의 바다는 평화롭다
여유롭게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이야기가 풍부한 바다처럼 보인다
함께 1박 2일을 즐긴 여인들의 뒷모습도 바다의 풍경이 되어준다
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는 해변을 너나없이 거닐기 시작한다
함께 걷자 하니 남편은 한사코 신발 지키며 앉아있겠노라고 혼자 남았다
담배에 불 붙이며 허공에 연기를 피워 올리는 미개인놀이나 하겠지
그래도 사진은 찍어놨네
맨발에 찬 바닷물이 부딪치니 이틀을 2만보씩 걸어 다닌 발의 열기를 식혀주며 기분 좋게 한다
이틀간 갑자기 발을 좀 혹사하긴 했다
뒤 돌아보니 내 발자국이 잘 따라오고 있었다
곧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저녁은 주관하는 친구가 딸이 꼭 먹어봐야 하는 곳이라며 자신의 가족을 이끌었던 음식점으로 안내한다
어~
남편은 이 장소가 익숙하다며 고개를 갸웃갸웃.
생각해 보니
우리 딸들도 꼭 먹어봐야 한다며 저녁으로 가오리찜을 맛있게 먹었음에도 이곳에 들렀다
그리곤 꼬막비빔밥을 테이크아웃 해와 호텔에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돌아갈 길이 멀지만 이곳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를 못하는 우리 일행들.
안목해변의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씩 나누며 에피소드를 쏟아내곤 늦게 자리를 파했다
늦은 밤 고속도로는 한적하고 적막이 흐른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가깝다
짠딸은 우리가 들어와 덜거덕 거려도 깊은 수면에 빠져있다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청춘이 부럽다
청춘들은 피로가 버겁다고 하겠지만...
첫댓글 잘 놀구 와쪄용?
우리가족 추억의 장소가 여기저기 참 많더라
또 뭉쳐보자
@최동숙 좋아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