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질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정의가 강물같이 공의가 하수같이]

-- 리더의 자질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 

이주혁님

지금 김동준이 현종 역을 맡고 최수종이 강감찬으로 나오는 모양인데 누가 하든 좋다. 천 년 전에 벌어졌던, 거대한 전쟁에서 과연 현종이라는 불세출의 군주가 아니었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모두가 생각할 수 있게끔 분명히 보여줬으면 좋겠다. 

고려 8대 왕 현종은 민족사 최고의 영웅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고, 굽힐 땐 굽히고 맞설 땐 맞설 줄 알았다. 현종이기에 강감찬을 중용할 수 있었고 강감찬은 김종현 등 능력 있는 장군들을 등용해 단 몇 년만에 고려군을 최강의 군대로 변모시켰다. 

드라마를 안 봐서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현종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천추 태후가 자기 아들 목종을 왕위에 올리려고 수도 없이 자객을 보내고 살해 위협을 하는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니 어릴 때부터 그 삶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파란만장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동북면의 병권을 쥐고 있는 강조가 쿠데타를 일으켜 개경을 장악, 목종을 폐위시키고 현종을 군왕으로 옹립한다. 현종은 도성에 들어오지만 허수아비 왕 신세가 되었을 뿐이다. 

거란 성종이 바로 이 정변을 핑계삼아 대군을 휘몰아 고려로 내려오자 쿠데타 권력인 강조 입장에선 다른 사람에게 병권을 줘서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비정상적인 정권은 국가 시스템을 자꾸 왜곡시키고 자기 파벌화만 하게 마련이다. 

고려 입장에선 진정한 비극의 시작이다. 유목 기병대를 상대로 성문을 걸어잠그고 수성전을 하다 상대의 보급이 떨어지면 그때 공격하면 필승인데 강조는 그럴 수 없었다. 직접 군대 끌고 나가서 급히 맞붙으니 이때 고려군은 살육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고 강조도 죽었다. 

그런데 강조의 사망은 현종이 이제 허수아비 왕이 아니라 진짜 왕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종은 피난을 가고 성종에게 항복했지만 약속한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 

이제 역사상 길이 남을 제3차 고려 거란 전쟁,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열린다. 이 전쟁은 적의 약점과 강점을 모두 세심히 파악하고 그 움직임과 군사의 사기와 보급과 지형 모든 것을 전략전술적으로 파악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명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념비적인 전쟁, 전투에 대해 변변한 복원작업이 없는 것은 아쉽다. 귀주대첩은 한산도 대첩, 진주 대첩을 능가할 만한 대전투였다. 

1018년 당시 거란 기병은 전세계 최강이었다. 이 군대를 둑 터놔서 수공으로 전멸시켰다는 그런 전래동화에 나오는 내용 말고, 제대로 된 고증으로 장면들을 보여줬으면 하고 바란다. 소배압이 휘몰아 온 기병은 거란군의 최정예 부대였다. 현종은 동북면 성들을 그대로 통과, 개경까지 쭉 내려온 이 무서운 군대를 보면서도 "두 번의 도망은 없다"며 개경 사수를 명했다. 강감찬이 보낸 군대가 이들에 대추격전을 벌여 포위하려 하자 거란군은 더이상 도성을 공격할 수 없었다. 

퇴각하는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강감찬과 김종현이 귀주에서 이를 포위해 삼교천을 등지게 하여 샌드위치처럼 줘 팼다. 거란군 정예 기병 6만명이 여기에서 몰살했다. 그리고 패잔병조차 귀환 도중에 더 죽었다. 

불과 7~8년 전에 강조의 통주성 전투에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패배를 당했던 고려군이었다. 귀주성 대전은 그걸 그대로 되돌려서 상대에게 두 배 세 배로 갚아준다. 이후 고려는 전 세계에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몽골이 침략하기까지 120년간의 태평성대를 열게 된다.  

이런 역사에 새길 만한 전투의 감독은 최수종, 아니..... 강감찬이었지만, 총괄 제작자는 고려의 영웅 현종이었다. 그로 인해서 고려는 비로소 중앙 집권화된, 국가 다운 국가로 바로 서게 되었다. 

리더는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당장 자신의 권력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자가 통치권을 쥐게 되면 너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끔찍스러운 일을 겪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