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날을 맞아 한탄강으로 야영을 나섰다.
늘 다니던 곳이지만 이번 야영은 새해 첫날을 기하여
나홀로 시산제(始山祭) 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다녀왔다.
며칠간 이어지는 한파로 날씨가 제법 시리고 예리하다.
어차피 못말릴것을.....
집사람이 짐을 옮겨 주면서 날씨가 추우니 여차 하면 되돌아 오란다.^^
한탄강 도착
아무래도 동절기다보니 황량한 모래벌에 텐트들이 드문드문하다
낭만적인 인디언텐트(티피텐트) 옆에 텐트를 치다
하나 사면 덤으로 끼어주는것 같은 모양새이다.
그래도 나의 오두막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ㅎㅎㅎㅎ
텐트를 치고서 둘레길로 향하다.
되돌아보니 저만치 강변 야영장이 보인다.
잿빛 하늘이어서 강풍경이 다소 스산해 보인다.
은대리성을 지나면서.....
위 : 걸어온길
아래 : 걸어갈 길
데크길 아래로 보이는 폐허 교각
< 페허로 남아진 교각을 자나면서 >
교량 크기를 보아 6..25 전쟁때 탱크와 군 트럭들이 오갔던 다리같다.
북한군이 남침을 해오고, 국군과 유엔군이 이 다리를 건너 북진을 했을수도.....
어쩌면 여기 언자리에도 이끼낀 비목이 남아져 있을듯한 분위기이다.
( 이곳은 6.25전쟁 전까지는 38선 이북으로 북한 통치지역 이었음 )
전우야 잘자라
(4절)
터지는 포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이 가는곳엔 38선 무너진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오른다 네 모습이 꽃같이 별같이.....
분단의 상채기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교각 잔해를 바라보면서
전우 노래 한줌을 흩뿌려 주고....
두번째 사유의길
잿빛 하늘이어서 스산한 마음이다.
터벅대는 걸음따라 최희준의 하숙생 노래가 웅얼거려지고....
"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그렇게 뽀득대는 눈길을 마냥 걷는다.
멀리 한탄강 하류 징검다리가 보인다
여기 징검다리가 둘레길 종착점이다.
여름날에 물이 넘쳐 건너지 못할때는 여기서 발을 담그고서 한숨 쉬다 되돌아 간다.
하얗게 눈덮인 둘레길 따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징검다리를 건너며
비로서 4계절을 지났나 싶다.
타는 목마름이 있거든
한잔 술로 씻어버리세
오시는 자 욕심 없이 오시고
가시는 자 미련 없이 가소서
(옛시에서 부분 옮긴글)
흐르는듯 아니흐르는......
너른강의 적요속에서
잠시 내안에 눙쳐진것들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얼음사진
햇빛이 투과하거나 반사된다면 더욱 매끄럽고 영롱할테지만
흐린날에는 흐린날대로의 차분함이 또한 괜찮고.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으로 보여진다.
주상절리 틈새에서 흘러내린물이 얼어붙어 작은 폭포처럼 보인다.
되돌아오는길
강물에 어리는 옅은 노을이 부끄럼을 타는지 발그스레 하다^^
무궁화동산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정적....그리고 모닥불
불멍.......
고독과 고립은 다르다.
수도자는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고립은 공동체와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관계 속에서
매 순간 형성되어 간다.
(출처) 수행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스님 잠언에서
얼핏..... 혼자서 외톨이마냥 야영을 하는것이
혹여 고립되어지고 고독해 보여질수는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의외로
작은 텐트안에서의 내안의 공간( 나만의 작은 왕국^^ )은
평상시에 미처 느끼지 못한것, 지나쳐 버린것, 가져보지 못한것들을
두루두루 만나고 보듬어보고 가져본다.
때로는 지독한 고독에 신열이 나기도...
그만한 충동질이 어디서 뿜뿜 솟구쳐나와 뒹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ㅎㅎㅎ
건너편 차박을 하는 1인
그 또한 내맘과 비슷할것 같다^^
사그라드는 숯불을 보노라면
정숙해짐을 느낀다.
영화 한편 보다
제목 : 서약 The Vow , 2012 제작
출연 : 레이첼 맥아담스, 채닝 테이텀, 샘 닐, 제시카 랭
사고로 기억상실된 연인은 뜨악하지만 지순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과정을....
지난번 야영하면서 보았던 영화인데 다시 보았다.
새해를 맞는 마음
몸도 맘도 연약하고 무디어지는것을 느낀다.
하지만 결코 아쉽거나 못마땅한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게 더 편안하다고나 할까
풍부하게 소유하는것이 아닌
풍성하게 존재하는것......
좋은 말씀을 새기면서,
다만, 부러 모양새를 갖추려 하는것보다는
주어진데서 조금더 관심을 가져보고자 함이다.
새날 아침^^
비록, 해돋이를 보지 못하였지만
투명하게 시린 아침 햇살을 마주하는것으로
새해 아침의 기분은 충분히 뽀송하다^^
한해의 마지막 밤이 사그라들고 새날로 넘어 갑니다.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며 이만 한것만도 참 다행이다 하면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 모두와 더불어
2023년 계묘년은 그저 무난하게 지나졌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아울러 인생이란
"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자이다."
라고 말씀하신 법정스님의 바램처럼 모두의 일상이
풍성 하여지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입니다.
새해 첫 야영을 다녀와서
2023. 1. 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