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연가·6
-5·18에게
고명순(진주)
희야와 자야를 이제는 찾아야겠다
그해 스물두 살 봉사 단체 완전 단짝 친구
해맑은 미소로 늘 따스하던 그 추억
피끓던 청춘 시들어 눈 내리는데
못다 한 말 가슴 깊이 주소 둔 지 오래
긴 세월 곰삭은 진실 숨겨놓은 보석처럼 꺼내보고 싶다
백두산 호랑이 털 하나 하나 생생하게 그리다가
정의롭지 못한 인간들과 합류하기 싫어
붓을 꺾어 버린 희야
작은 몸에 큰마음 지니고 살며
한사코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며
꽃을 몹시 좋아하던 자야
그날 누구든지 잡히면 군홧발로 짓밟고
긴 채찍과 곤봉으로 인정사정없이 때려치고
맞은 자들 몇 시간씩 일어서지 못했다
그도 모자라 군중들에게 총부리 겨누어
막무가내 쏘아버려 무더기로 쓰러졌지요
총탄 피해 달리며 십 미터 담도 뛰어넘던 두 친구
죽어 가는 동료들 살리지 못해서
살아남아 숨쉬기조차 미안해서
썩은 세상에 동참할 수 없어서
그날 죽은 사람들과 함께 자취 감추었다
아직도 뉴스는 정신을 못 차리고
아웅다웅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데
고달픈 날들 기쁨으로 옷 입혀
그저 얼굴 보며 웃어 보고 싶다
제2막 인생 다시 시작하며
옛 친구들 그립고 그리워
금남로 충장로 날마다 헤매면서
어깨동무 임 위한 행진곡에 발맞추던 날들
나라 시끄러우니 더욱 간절하다
사람들은 항상 높은 자리에 이름 올리고 싶고
그 자리에 앉으면 난폭해져 하늘의 뜻 잊어 버리고
어제도 오늘도 바벨탑 쌓느라 바쁘다
옳은 길 가자 부르짖던 친구들
다시 모여앉아 맘껏 수다떨고 싶다
거꾸로 가는 세상 실컷 욕이라도 하면서
주름살 세어 가며 저물고 싶다
더 늙어 기억 희미하기 전에
다리 가늘어져 휘청거리기 전에
천진난만하던 그 시절 그 마음
순수시대로 돌아가 자유로이 노래하고 싶다
이제는 희야와 자야 속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