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바닥의 힘
저:김순란 동시집
출:브로콜리
독정: 2023. 10. 19.
작가는 혜암아동문학교실 십년 수강생으로 탄탄한 기초들 다져온 작가였다. 지금은 혜암아동문학회 회장이며 글로벌환경교육 디딤돌 강사, 북 테라피 일도 하고 있어 활기찬 시가 쓰여진 것 같다. 최춘해 선생님이 해설을 쓰셨는데 ‘따뜻한 말을 주제로 쓴 시가 많다.’‘신선한 감성과 신선한 상상으로 쓴 시가 많다’‘가족에 대한 따스한 사랑의 시가 많다.’ 고 요약하셨다. 나랑 생각이 같고 간결한 요약에 내 마음 한 자락을 함께 얹었다. 별처럼 빛나는 시를 많이 쓸 시인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다만, 제목이 <바닥의 힘>이라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기에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차라리 <보물섬 멋진 선장>으로 했으면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달 타령>
달나라 사는 옥토끼
밤바다 방아 찧으면
공누 빛가루 살포시
내
려
앉
아
봄에는 꽃빛
여름엔 물빛
가을엔 단풍빛
겨울엔 눈빛
<아빠의 약속>
아빠는 엄마과 결혼할 때
별을 따주기로 약속했단다
아빠는 오늘도 바다로 나가
별으 향해 그물을 던졌다.
아빠가 건져 온 생선에는
별들이 뿌린 별가루로 빛이 난다.
<길>
눈에도 길이 있어
보는 곳마다 눈길 되고
마음에도 길이 있어
마음 쓰이는 곳마다 마음길 되고
눈길고 마음길이 교차로에서
손길과 발길 만나 앞길 만드네
길과 길이 만든 살길
함께 가면 좋은 바른길
<우주 스타 곱슬이>
품종: 라이카
이름: 쿠드랴푸카(꼽슬이)
나이: 1954년~1957년 11월 3일
나는 최초의 우주 비행 강아지
모스크바 빈민가에서
밥 굶으며 떠돌던 강아지였어
우연히 한 과학자의 눈에 띄게 됐어
영리하고 순해서 우주여행까지 하게 된 거야
더돌이 강아지에서 하루아침에 대스타가 된 거지
꼽슬이가 전설이 됐다는 것은
아주 ‘뜻밖의 위대한 선물 같은 일이야
-우연과영리, 순한 강아지라는 이유로 우연이라는 기회를 만나다. 그러나 쿠드라프카는 우주선 안에서 뜨거운 열과 스트레스로 죽게 된다. 과학자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10년은 더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스비치>
새가 알을 품듯‘
조개가 진주를 품슫
살마이 버린 유리병ㄷ을
바다는 예브게도 품었다
깨지고 버려진 우리병들이
알록달록 고운 유리알로 태어나길
오래 넷월 어루만지며
꿈꾼 바다, 그레스비치
그레스비치: 미국 캘리포니아 포트브래그 지역에 있는 해변
<코끼리 싸움>
아빠가 무심코
뱉은 말에
엄마는 기어코
사과를 받아내고
엄마가 무심코
한 말에
아빠는 기어코
허락을 받아내네
우리 집 코끼리는
기어코가 힘이 세다
<씨>-전라도 사투리 시
하나씨의 부름씨로
농부 아저씨가 봄씨 부리니
온갖 씨가 생겼다지
성씨가
날씨를 살피듯
맘씨를 잘 가꾸니
말씨는 보드라니 싹 트고
솜씨는 무럭무럭 자랐다지
함씨는
꽃씨가 내음씨 품은 씨앗이
돌씨가 되지 않고
불씨가 되어 팡팡 피어나길
몹시도 기원했다지
-맘씨와 말씨는 각각이 아니고 하나다. 맘씨를 잘 가꾸는 것은 곡식이나 꽃을 가꾸듯 수양해야 한다. 할머니는 너나없이 모든 사람이 품은 씨앗이 나쁜 시앗이 되지 않고 불씨가 되어 팡팡 피어나길 기원하기 때문에 할아버지 소원대로 좋은 씨로 싹이 텄다는 내용이다.
<바닥의 힘>
돌부리에 걸려
구덩이에 빠져
때론 제 발에 걸려
다시 가던 길 가려면
손바닥으로 땅바닥 짚고 일어나야 해요
바닥과 바닥이 맞닿으면
벌떡 일어날 수 있는 힘
불쑥 생기나 봐요
<반려동물>
엄마가 집에 화분 들였다.
아침에 눈 뜨면 인사하고
요리 어르고 조리 어르고
흙이 말랐나 만져도 보고
향기 맡으며 콧노래 부르는 엄마
말도 못하는 꽃은 아기 갔다며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는 엄마
우리 엄마 나도 꽃처럼 키웠겠구나
그 순간 반짝 빛나는 꽃들의 얼굴
<늑대 인간>
모두 잠든 밤
나는 가끔 늑대가 돼요
택시에서 내리는 아저씨
벤치에 앉아 흥얼거리는 형
봉지에 맛있는 것 들고 가는 누나
누가 소풍가는지 분주한 아주머니의
움직이는 소리 다들리다니
나는 늑대인간일지 몰라요
작은 풀벌레 소리도
거인 발자국 소리만큼 크게 들린다니까요
‘바위 속에는 흙의 여신 살고 있어 씨앗 품어 꽃을 피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