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행길 히말라야
눈부신 설봉(雪峰) 아래 청류가 굽이치니
장님 된 보헤미안 신의 발에 입 맞추자
농염(濃艶)한 랄리구라스 초경(初經) 치뤄 뚝뚝뚝
* 랄리구라스(Laliguras); 네팔의 국화(國花)이다. 만병초과에 속하는 교목으로 4~5월에 요염한 핏빛의 꽃을 무더기로 피워낸다. 향은 짙으나 독이 있고, 낙화마저도 일품이다. 네팔의 국조(國鳥)는 히말라야 공작새이다.
* 필자가 생후 처음으로 ‘신의 땅’ 네팔 히말라야를 트레킹 하면서 읊은 첫 소감이다.
2. 성봉(聖峰) 마차푸차레
강팔진 근육질과 매서운 눈매 보라
인간은 못 잡으리 꼬리 흔든 금빛 잉어
불현듯 신의 연못에 곤두박질 친다네
* 마차푸차레(Machapuchare 6,993m); 네팔 북부 안나푸르나 산맥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두 개의 봉우리는 물고기 꼬리를 닮아, 일명 ‘피시 테일‘(Fish Tail)이라 부른다. 세계 3대 미봉(스위스의 마테호른, 네팔의 아마다브람) 중 으뜸으로 치며, 네팔 인이 가장 신성시하는 산으로, 현재 등반이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유일의 미등정산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1957년 ‘지미 로버트’가 이끄는 영국등반대가 정상 50m 앞까지만 등반하고, 바로 물러선 적이 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네팔의 자존심을 한껏 살려주었다.
* 페와딸(Fewa Tal) 호수는 포카라에 있는 담수호로 물이 맑다. 이 호수에 거꾸로 비춰진 이산의 신비스러운 모습은 우편엽서에 찍힐 정도로 유명하다.
* 2016. 1. 17 주석 수정.
* 졸저 한시집 《北窓》제21면 ‘희마회고’ 참조.
3. 베이스캠프 단상(斷想)-禪詩
신(神)들의 경연장에 집시가 끼어들어
아편에 중독된 듯 ‘길 없는 길’ 가다가
길 잃은 암컷 에티와 운우지정(雲雨之情) 나누다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표고 4,130m)에서 보면 안나푸르나 1봉(8,091m), 남봉(7,219m), 강가푸르나(7,454m), 깡사르강(7,485m) 등 고봉은 마치 神들이 경연하는 느낌을 준다. 아! 몽환!
* ‘길 없는 길’은 경허스님의 말인데, 최인호의 장편소설에도 등장한다. ‘마음의 길’ 혹은 ‘선(禪)으로 가는 길’ 등이 아닐까? 사물을 그 대상 자체로만 보지 말라! 그래야만 ‘길 없는 길’이 보인다.
* 에티(Yeti); 히말라야에 산다는 전설 속의 설인(雪人)으로 아직 확인된 바 없다.
* 졸저 세계산악시조집 『山情無限』 제44~46 쪽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4수 중(1999. 4. 13~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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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 (사)서울특별시산악연맹 이사 역임. 한국히말라얀클럽 회원.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사)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첫댓글 좋은 시조 감상 잘 했습니다. 예티가 살기엔 이제는 산객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하하하! 우리 이 교수 님이 정곡을 찌릅니다. 공감합니다. 에티도 인간 냄새 때문에 달아나버렸습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멋진 댓글이라 공개로 해도 좋겠습니다.^^
몽환~~~~~즐감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금은 사람들이 하도 북적대 '몽환'이 아닐 것입니다. ㅋㅋ 고맙습니다.
@半山 韓相哲 저도 2005년 갔었는데~~~그땐 참 여여했네요^^
@한신섭 맞습니다. 그 때만 해도 오염이 덜 되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기후변화도 있었구요? 지진 등...
랄리구라스를 사진과 함께 보니 더 실감납니다....
아편에 중독된 듯, '길없는 길'이라는 문구도 감칠맛 나네요...~
하하! 진덕 아우가 네팔 국화에 대해 관심을 다 갖다니...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 깨달음이 쉽지 않겠지오? 그래서 선시로 접근해봅니다. 잘 평해주었습니다. 나는 시조 종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진덕 씨는 중장이 "감칠 맛 난다"고 하니, 다시 되새김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半山 韓相哲 네....인터넷에서 검색하다 알게 된 겁니다.
그 높은 곳에서도 어찌 그리 화려할까요~~~
아마 네팔인들은 심심산천에 도라지를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