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랩)과 패션(이지·Yeezy 브랜드)을 넘나들며, 호주 출신의 아내(사실혼?)인 비앙카 센소리의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모스크바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러시아는 30일 하루 종일 들썩이는 모습이다.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와 온라인 매체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카니예는 자신의 패션 회사 '이지'의 신발 및 의류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2023년 12월 합류한 러시아의 인기 디자이너 고사 루브친스키의 40세 생일(6월 29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붉은 광장과 접한 굼 백화점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도착 소식에 곧바로 모스크바의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루즈니키'에서 공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러시아의 생활용품및 광고 전문 인터넷 쇼핑몰 아비토(avito.ru)에는 카니예의 콘서트 티켓이 포함된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한차례 카니예의 공연 소식을 부인한 바 있는 루즈니키 측은 이날 또다시 이 소문을 일축하는 소동을 벌였다.
국영 제 1TV인 '채널1'의 카니예 모스크바 방문 보도 장면/영상 캡처
국영 제 1 TV 채널인 '채널 1'을 비롯해 대다수 방송들도 카니예의 동선을 쫓아다니듯이, 실시간으로 그의 움직임을 전했고, 텔레그램 인기 채널인 '바자'(Baza)와 '샷'(Shot) 등은 카니예가 차량에서 내려 포시즌 호텔로, 굼 백화점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모스크바를 둘러보는 영상 등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어떤 영상에서도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카니예는 옷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굼 백화점의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연어 요리 등으로 식사한 뒤 식사비용 7만2천 루블(약 115만원)에 팁 1만 루블을 지불했다는 세세한 소식까지 현지 언론에 올라올 정도로 모스크바에는 '카니예 열풍'이 불고 있다.
1990년대 푸틴 대통령을 정계로 데뷔시킨 아나톨리 소브차크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의 딸이자 언론인겸 셀럽인 크세니아 소브차크도 카니예의 굼 백화점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의 방문은 텔레그램 채널 '모스크비치카'에 의해 처음 알려진 뒤, 러시아의 TV 진행자 겸 프로듀서인 야나 루드코프스카야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카니예 웨스트가 이미 모스크바에 있다. 대단한 소식"이라며 "그의 공연이 루즈니키에서 열리면 사흘 안에, 최대 1주일안에 8만석이 매진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지난 5월 한차례 모스크바를 휩쓸고 지나갔던 카니예의 모스크바 공연 소문을 되살렸다. 인터넷 쇼핑몰 아비토(avito.ru)에는 '카니예의 콘서트 티켓을 2천 루블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아비토 측은 “카니예 콘서트 티켓을 판다는 '장난 광고'가 올라와 게시물과 판매자의 접속을 차단했다"며 "아비토에는 2억 2천만 개의 물품 판매 광고가 올라와 있는데, 이같은 가짜 광고는 지금까지 5번뿐이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방문을 알리는 카니예의 vk(소셜 미디어) 포스팅. 안녕 모스크바라고 되어 있다/영상 캡처
걸어서 모스크바를 둘러보는 카니예(흰 옷)
카니예가 차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그가 묵고 있는 포시즌 호텔앞에 모여든 팬들/영상 캡처
카니예의 일거수일투족을 소개하는 텔레그램 채널 바자
지난 5월에는 '카니예가 다음달(6월) 7일 모스크바에 와서 이튿날(8일)인 그의 47번째 생일에 맞춰 축하 공연을 루즈니키에서 가질 것이라는 소문이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이에 공연추진기획사 측과 루즈니키 경기장 측이 "올 여름에는 카니예의 공연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해야만 했다.
공연 소식도 아닌, 그의 방문 소식만으로도 모스크바가 들썩거린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러시아를 찾는 서방 유명인사들의 발길이 끊긴 때문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헐리우드 액션 배우 스티븐 시갈 정도가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취임식에 참석한 정도다.
카니예와 루브친스키의 관계는 2016년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카니예가 소유한 '이지'(Yeezy) 브랜드의 의류 및 신발 라인 작업에 루친스키가 동참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이후 2018년 루브친스키가 카니예 문신의 밑그림을 그려줬고, 2023년 12월에는 '이지'의 수석 디자이너가 됐다.
카니예와 센소리의 패션 룩/사진출처:센소리 인스타그램
카니예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은 부인 비앙카 센소리의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더욱 높아진 측면도 없지 않다. 그녀가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하의 실종'과 '투명 및 비닐' 패션 등은 카니예의 특이한 포즈와 맞물려 주목을 끌었는데, 그때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를 소개했다. 그녀의 헐벗은(?) 옷차림과 달리 카니예는 얼굴까지 꽁꽁 싸매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더욱 팬들의 눈길을 끌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