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휙배달
저-김동억
출-아침마중
독정- 23년 11월 17일
김동억 선생님의 동시집 <휙배달>을 받았다. 인도 여행 다녀오느라 이제야 읽어보았다.
역시 선생님의 농익은 시향이 가득 담겨 있다.
‘퀵 서비스’라 하지 않고 순우리말 ‘휙 배달’ 단어를 쓰신 것부터 선생님의 인격이 무르익은 향기를 휙 풍긴다.
‘그래, 모름지기 글을 제대로 쓰는 작가라면 이런 단어부터 우리말로 찾아 쓰야지!’
동시집 한 권을 다 읽는 내내, 선생님의 고아한 인격에 흠뻑 젖어들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발상과 시상도 훔쳐 담았다.
<봄 햇살이 지은 밥>
산수유나무 가지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곷망울 속
가득가득 들어 있는
좁쌀알
한꺼번에 퍼내어
지어 놓은
산수유꽃
노란 조밥
<노란 풍선>
산수유나무 둥치에서
누가 풍선을 부나보다
곷눈부터
부풀어 오르더니
나무마다 한가득
노란 풍선 달았다.
아무도 없는데
누가 달았을까
봄햇 살
네가 달았나?
<커가는 공>
우리 집 정원에
심어 놓은 회양목
아침 저녁 손질해
둥근 공이 되었다
동글동글 공이다
동글동글 크는 공
굴리고 싶다
펑 차고 싶다
공도 크고
나도 크고
<알람 소리>
토닥토닥
봄비가 단잠을 깨운다
겨울잠 자는
나무들
봄비 소리는
알람 소리
당속의 씨앗들도
기지개를 켠다
<어른들은 왜 그래>
우리 고 장에
댐을 설치해선 안 된다고
몇 달이나
피켓 들고 야단이더니
댐을 건설하고 나서는
물을 빼선 안 된다고
밤 새워
피켓 들고 지키고 섰다
설치해도 안 되고
해체헤도 안 되고
<붙박이 책장>
자연이 준 선물
채석강은
붙박이 책장이다
오랜 세월
바닷물이 써 놓은
수만 권의 일기장
차곡차곡
쌓아놓은
탁 트인 책방
파도가 드나들며
읽고 또 읽는다
밑줄까지 그으면서
갈매기도 좋다고
기;룩기룩
소리 내 읽고 있다.전북 부안군 격포리 해수욕장
<공룡알>
공룡이 나타나
알을 낳았니 추수 끝난 들녘에
여기저기
새하얀
공룡알
볏집을 둘둘 말아
랩 비닐로 포장한
곤포 사일리지(볏짚, 보리 따위를 비닐고밀옵, 혐기 발효시키는 사료)
겨우네
소여물
걱정 없겠다.
<과일 맛>
과수 농사 지으시는
할아버지
올해는
과일 맛 없다고 하신다
-왜요?“
-과일은 햇빛을 많이 봐야 맛이 나거든
-올 여름엔 장마철이 길어서
맛을 들일 시간이 모자랐지
-어디 과일 뿐이겠니
곡식들이 다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