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물질하여 따온 전복은 유난히 맛이 좋아 그녀의 작은 식당은 늘 사람으로 붐빈다. 그녀는 손님들이 계산해서 주는 돈을 세어보지 않고 의심 없이 주머니에 쑤셔 넣곤 하였다. 한번은 우연히 그 식당에 갔던 신부님이 그녀의 하는 양이 하도 이상해서 농담 삼아 "내가 사기를 치면 어쩌려고 돈을 세어보지도 않고 집어넣는 거요?"하고 묻자 그녀는 별 싱거운 양반 다 보겠다는 듯이 씩 웃으며 "한 사람이 세어봤으면 되었지, 번거롭게 뭘 또 세어보란 말이오?" 하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육십을 넘긴 중늙은이다. 한 때 할리 데이비드슨이라는 독일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건달 놈하고 살림을 차린 적도 있었지만, 남들이 말하는 기둥서방이었을 뿐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은 오빠 내외를 대신해서 어린 조카들을 제 자식인 양 품고 키워내느라 정식으로 시집을 가지 못 한 처지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그 서방 놈에게 칼침을 맞았다. 물으나 마나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을 게다. 물질로 아픈 어깨에 파스를 붙여 놓은 덕에 어깨에는 칼이 깊이 박히지 못했지만, 옆구리로 들어온 칼날에 갈비뼈며 장기가 상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때 신부님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었나 보다. 아무튼 그 남자는 그 일로 몇 해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지금은 그녀와 헤어져 지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도 그녀가 가끔 그 남자에게 용돈을 부쳐주는 모양이다. 그 사실을 알고 주위에서 그녀를 힐난하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가엾잖아. 그리고 나같이 못난 여자를 그래도 좋다고 따라다녔으니 그것만도 고맙지, 뭐." 하며 웃는다는 것이다. 그녀를 감히 바보라고 말할 수 있겠냐며, 신부님은 자신이 아마도 바닷가에서 성모 마리아를 만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언젠가 나도 그 바닷가를 찾아가 성모님이 쑤어 준 전복죽 한 그릇 먹어보면 좋겠다.
첫댓글 세상에...정말 성모님이 따로 없네요.감동입니다.
우리 꽃마을에도 요셉성인이 와 계시잖아요. 매일 일을 찾아내어 꽃마을을 도와주시니 참 보기 드문 분이예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