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 신성한 부처님.
소원성취, 팔공산 갓바위 부처.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이제 11월 중순이다. 쌀쌀해 질대로 쌀쌀해져 겨울이 왔음을 알게 해준다. 옷을 단단히 입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오늘은 답사부에서 처음으로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을 답사하는 날이다. 김홍열 선생님의 집이 있는 경산! 일단 답사부가 터미널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하향 터미널에 내리면 거기서 다시 선생님 차를 타고 갓바위로 간다. 다행히 모두 제시간 안에 터미널에 모였다. 모두 좌석이 텅텅 빈 버스에 자리를 잡고 하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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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하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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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창밖으로 본 금척리 고분군.)
하향 터미널에 내려 선생님을 기다린다. 터미널이 생각보다 무척 작다. 3분 정도 지나서 선생님 차가 오고 차를 타고 팔공산을 향해 달린다. 가는 길에 뉴스에서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어 다들 놀랐다. 그렇게 20분 이상 달려 산골 깊숙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으로 갓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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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를 향해.)
팔공산은 남북국 시대, 신라의 오악 중 중악에 해당하던 신성한 산이다. (남악 - 지리산, 동악 - 토함산, 서악 - 계룡산, 북악 - 태백산) 갓바위 부처가 팔공산에 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서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대구에 있는 줄 알았는데 행정구역상 경산에 속해있다고 한다. (경산 사시는 분께 죄송합니다.) 보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일주문이 나온다. 여기 갓바위 부처는 선본사라는 절에 속해 있는데 선본사는 본절인 아랫절과 갓바위 부처가 있는 윗절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랫절을 갈 시간은 없기에 바로 갓바위 부처가 있는 윗절로 향한다. 일주문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걸으니 벌써 몸에 땀이 난다. 2년간 등산해도 체력이 늘지를 않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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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본사 일주문. '팔공산 선본사'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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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륜교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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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가는 길.)
얼마나 지났을까 눈앞에 끝없이 이어진 계단이 나타난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여기가 그래도 반대쪽 대구에서 올라오는 곳 보다는 덜 가파르다고 하신다. 그래도 힘들어 보인다. 계단 옆에는 스님들이 물건 옮길 때 쓰는 장치가 있는데 길게 이어진 레일 위에 오토바이처럼 생긴 수레가 달려있다. 저걸 타고 가면 얼마나 좋으려나. 언제나 그렇듯 다들 앞서가지만, 내가 맨 뒤에서 숨이 차도록 쫓아간다. 계단이 왜 그렇게나 많은지. 하지만 나만 힘든지 옆의 다른 분들은 다들 척척 올라가신다. 늘지 않는 체력과 살진 몸에 원망만 퍼부을 뿐이다.
(계단 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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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길 끝. 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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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운반할 때 쓰는 듯한 특이한 장치. 밑의 레일이 계단 시작점부터 쭉 이어져 온다.)
계단 끝, 건물 사이로 난 문을 지나자 먼저 온 친구들과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시간은 벌써 11시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절에서 공양 밥을 먹는다. 담백한 비빔밥과 시래깃국이 나와서 맛있게 먹는다. 이래서 절은 점심때 가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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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 밥 먹기 위해 서는 줄.)
절 옆에는 또 대웅전으로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와이에 물건을 실어 리프트처럼 옮긴다. 아까 밥을 먹었던 곳에서 다시 계단을 오르면 옆에 애자모 지장굴이라는 작은 굴이 있고 굴에 맞는 작은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자세히 읽지는 못했지만, 사산아를 위로하기 위한 보살상 같다. 계단을 다 오르면 대웅전과 최근에 만든 건지 흰빛을 발하는 석탑이 서 있다. 석가탑을 살짝 뚱뚱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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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본 전각들. 비교적 다들 최근에 지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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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모 지장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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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본사 윗절 대웅전과 탑.)
다시 대웅전에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드디어 갓바위 부처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조금 마모가 된 옷 주름, 하지만 얼굴만큼은 근엄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이 불상의 정식 명칭은 '관봉 석조약사여래좌상'이지만, 갓바위 부처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든다. 이 불상은 독특하게도 좌대부터 불상까지 모두 한 바위를 조각해 만든 것이다. 광배는 따로 없는데 미리 생각해둔 것인지 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서 광배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기한 건 불상 위 갓바위다. 이 갓 때문에 갓바위 부처란 이름을 얻었을 것이다. 자연석을 올려놨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손으로 갓을 가리고 보면 오히려 불상이 평범하고 삭막해질 정도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이 팔공산 관봉에서 지냈음에도 근엄한 얼굴부터 흰 자태까지. 이렇게 남아 계신 것에 감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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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팔공산 갓바위 부처. 조각 솜씨가 우수한 걸작 중의 걸작이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는 다른 무엇보다 소원성취 기도처로 유명하다. 매년 수능 때가 되면 전국 각처에서 기도를 드리기 위해 수많은 분들이 모여든다.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는 갓바위 부처. 듣기로는 대학 합격에는 갓바위 부처가 효력이 있고 승진 시험에는 멀리 논산 은진미륵이 효력이 있다고 한다. 수능이 끝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도드리는 곳을 가득 메우고 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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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분들로 꽉 찬 갓바위 부처.)
갓바위 부처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멋지다. 겨울이라 나뭇잎을 다 떨궈 흰색과 갈색이 섞인 듯한 특유의 겨울 산 느낌이다. 멀리 이름 모를 암자와 선본사 아랫절도 보인다.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고 사진을 찍은 후 내려간다. 한 가지만 들어주신다 하여 한 문장으로 하긴 했는데. 욕심 많은 이 학생의 소원도 제발 들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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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에서 내려다본 팔공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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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선본사 아랫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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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갓바위 부처. 이렇게 보니 뒤 바위 때문에 마애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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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담아 벽에 붙인 수많은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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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갓바위 부처에서. - 김홍열 선생님 사진제공.)
이제 다시 밑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 대웅전 뒤에서 잠시 경치를 바라본다. 팔공산의 기암괴석이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선생님께서 산 중간에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공군 기지라고 하신다. 이런 데 공군기지를 지을 줄이야.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옆에 있는 레일을 보니 내려올 때 꽤 무서울 것 같다. 그냥 생각에 산에다 롤러코스터 지으면 대박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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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선본사 윗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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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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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지금 뒤로 걷는 중.)
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창근이 고향이 근처라는 얘기 하나로 창근이가 살던 고향으로 가본다. 차를 타고 다시 20분 가까이 달리니 한적한 거리가 나온다. 그리고 차를 세운 곳에는 금호읍사무소가 있고 옆에는 창근이 친척 분께서 운영하시는 금호종합유통이란 마트가 있다. 금호읍사무소 안에는 최무선의 고향이어서 그런지 대포처럼 생긴 기념비가 서 있다. 친척분께서 음료수를 주셔서 마시고 다시 터미널로 향한다. 그리고 터미널에 내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후 경주로 돌아간다. 안 자기로 했는데 중간에 버스에서 깜빡 졸기도 했다. 만약 계속 졸았으면 울산 가는 건데.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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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읍사무소. 근처에 창근이 친척분께서 운영하시는 마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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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경주로.)
사실 본 거라고는 갓바위 부처 하나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답사였다. 단풍이 들 때 오면 멋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또 온다면 대구에 있는 동화사에도 꼭 가고 싶다.
소원성취, 팔공산 갓바위 부처. 제 소원도, 모두의 소원도 꼭 들어주시길...
-여정- (2013. 11. 16. 土)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하향 시외버스터미널→→ 팔공산 앞 주차장→ 선본사 일주문→ 금륜교→→ 수많은 계단→→ 선본사→ 애자모 지장굴→ 선본사 윗절 대웅전→ 팔공산 갓바위 부처→→ 수많은 계단→→ 주차장→→ 영천 금호읍사무소(창근이 친척분 마트)→→ 하향 시외버스터미널→→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김홍열 쌤과 친구들이 멀리 갓바위를 다녀왔구나.
갓바위 부처님께 소원을 빌며 기도는 많이 했어?
멀리까지 답사를 다니는 것을 보니 보기가 좋고 다들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