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스처 지나가는 바람인 것을.... "
땡초법우 조 숙 제
“찔레꽃 필 무렵의 가뭄은 꿔서 라도 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일 년 24기를 정확하게,
경험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온 몸으로 체득한 산지식인 것 같다.
이제 비가 오면, 장마 비일 텐데,
조금씩 나누워서 오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농부의 마음은 집 나간 자식을 기다리 듯,
까맣게 가슴속이 타들어 가,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하는 것 조차 포기한 양 ,
들녘의 작물들이 배배 돌아가 그나마 넋을
잃은 농부의 얼굴만 무심하게 서서로가 쳐다보고 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고 했던가.
이것이 인간과 자연의 한계선인 것 같다.
인간은 그 누구인가의 도움이 없이, 홀로는 절대로 살 수 없다.
제 아무리 잘난 사람도 홀로 자신의 삶을 꾸리려 하면
하늘이 비웃는다. 이것이 인간의 무지요 만용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한 절대 권력자도
자신의 힘을 믿고서 하늘 아래 자신을 속이는 일을 하면
우선은 현혹될지 모르지만 세월 앞에서는
그 징표가 여지없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인간사의 역사이다.
산빛이 치성하게 맵시를 자랑하는 초 여름,
보고 싶은 사람이 그리워 나는 오늘도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을 찾아서 간다.
산은 거짓이 없기에 좋고 차별이 없기에 또한 내가 가까이 하며,
의지하면 할수록 내 자신에게 부딪치는 맑은 음이 있기에,
나는 산을 좋아한다.
들녘엔 어느새 황금색의 보리가 탈곡되고 있었다.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찌는 듯한 초여름 날씨, 비탈길 산등성이에 보리를 심어 놓고서,
그 당시는 모든 것이 지게에 의지하던 시절이지 않았던가.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과 보리 꺼풀이 한테 엉겨지면
등에 진, 짐조차 감당키 어렵거든,
온 몸으로 파고 들어와 후벼대는 보리이삭의 그 따가움은
손등에 찔린 장미가시처럼, 후벼들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면
이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단지,
참는 것이 유일한 삶의 방법이요,
길이었던 그 시절을, “그래, 참자. 참자.”를
가슴으로 되뇌이고 되내이면서
등짐을 나르던 보리 다발이 불현듯 스쳐간다.
그렇다, 사람은 아픔만큼 세상을 아름답게 수용하는 가 보다.
아픈 상처가 주는 교훈이 삶의 새로운 자양이 되어
세상을 더욱더 힘껏 살 수 있는 원천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어른들의
“어릴 적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씀의 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초목들은 태양이 빛을 발할수록 활기차게 힘이 치솟는 초여름 ,
깊은 산골엔 뻐국기의 울음이 산 빛과 벗하며 구성지게 흐드러지고,
빽빽하게 들어찬 밀림 사이에 사뿐히 내리 앉은 조그마한 암자 하나.
사시 불공인 듯, 목탁소리 풍경 소리가
화음을 이루며 늙은 고승이 식은 염불을 외우고 있다.
주위를 함께 한 사람과 마지막 가는 이에게 보내는 정표인
제물로 보아선 사시 불공은 아닌 듯,
오래도록 의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종교는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맑은 마음과,
행복한 순간순간을 우리들의 현실의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찾고 갈구하는 것.
아니,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다.
즉, 살아 있는 인간을 위한 종교요, 그 힘 또한,
또 다른 새로운 삶을 창출하기 위한 원천이다.
그래서 종교를 통한 인간의 구원은 인간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리라 생각된다.
점심 공양 시간이다.
산사에서 먹는 밥의 맛은 그대로가 꿀맛이다.
똑같은 된장국에 나물 무침이련만,
맛은 속가의 배가 되는 연유는 무엇이던가.
그런데, 밥을 넘기다 노승의 말씀에 가슴에 못이 박힌다.
“아아……. 그랬었구나.”
순간 밥맛과 눈물이 뒤엉켜 허공만을 처다 보면서
밥은 구경만 하고 눈물을 속으로 꾹꾹 삼킨다.
이빨을 지그시 깨물고 깨물어도 허허롭기는 마찬가지다.
냉수로 목을 축여도 목은 소태를 삼킨 양,
아련하게 아픔만이 다가온다.
그렇게 살다가 갈 것을, ‘아니, 그 놈의 아들이 무엇이라고’
그 독하디. 독한 빙초산을 가슴에 넣었단 말인가.
젊디젊은 30대 초반의 여인이 수 세월 동안
아들을 낳지 못하자, 빙초산을 마시고
생을 허허로이 버리고 나비처럼 날아간 것이다.
“아아, 아들이 그리도 내 목숨보다 귀하단 말인가.”
생은 한 줌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줌의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
우리네 삶도 그와 같다던가.
삶은 한 줌, 스처 지나가는 바람인 것을,
어느 이름모를 젊은 여인의 가녀린 삶을 생각하니,
정겹게만 들리던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돌아오는 발길에 한없는 회한으로 가슴에 어린다.
첫댓글 법우님, 좋은글 감사 합니다. 친구들과 같이 읽을께요.
아~~나도 산사에서 공양하고 싶당~~배고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