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은 그 지난했던 시간을 마감했다. 물론 앞으로 4년후에 또 다른 장소 북중미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지만 말이다. 월드컵은 정말 힘든 여정이다. 지역예선전은 거의 2년동안 펼쳐진다. 나라의 이름을 걸고 사활을 건 사투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오직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여정이다. 각국들은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자국의 감독 인선을 서두른다. 조기에 탈락한 나라들은 이미 감독 인선에 들어갔을 것이다. 4년후 그 월드컵 본선대회의 문을 들어서기 위한 몸부림의 시작인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4년동안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벤투는 이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더 이상 더 큰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16강을 이루었으니 이젠 8강까지 이뤄낼 감독을 찾을 것 아닌가. 하지만 마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역량이 없는 희망은 너무 기대치가 큰 나머지 엄청난 실망과 좌절을 이미 잉태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이미 2018년부터 엄청난 가동을 시작했다. 그당시 한국의 정치판도는 어떠했는가. 2017년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촛불혁명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기대치를 심어주었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깊게 뿌리내릴 것을 염원했다.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후 한국의 축구도 새로운 월드컵을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됐다. 한국의 촛불 혁명이후 정치와 축구는 비슷하게 새로운 판을 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는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능력없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대거 끼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판의 말이 많겠지만 말이다. 정치판 권력의 감독 눈에 잘 들어 그리고 능력은 없지만 뚝심하나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으로 합류한 인물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 축구 대표팀은 바라 보는 방향이 유일했다. 다른 곳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다. 다음 월드컵 본선진출 그리고 원정 대회 16강 진출이라는 그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비록 벤투감독의 성향때문에 고집이 강하고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기용하지 않은 폐단은 있었지만 개인적인 지적이나 상대편으로 부터 혹독한 비판도 없었다. 당연히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라는 핸디캡도 없었다. 전술전략이 단순해 상대에게 쉽게 읽힌다는 용병술이 문제가 됐지만 하지만 그것은 감독 개인의 개성이기에 깊은 지적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 한국의 정치판은 어떠했는가. 권력을 가진 집단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출발해 헛발질이 잦았다. 선수기용에서도 헛점이 많았다. 이런 저런 개혁에 등판한 선수들은 기량도 의지도 목표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상대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숱하게 제공했다. 야당의 발목잡기는 거의 브라질 축구 실력정도 수준이었다. 국민들은 좋은 판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언제 등장한지도 모를 신예 선수에게 마지막 결승골을 제공하고 허무하게 경기를 마친 슬픈 정치사를 연출하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그래도 벤투감독은 욕을 먹으면서도 할 일을 다한 감독으로 남을 듯 하다.
16강 이후 브라질에 패배했지만 그래도 귀국해서 이런 저런 정권 핵심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의문스럽다. 과연 이 나라 정권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만날 자격이 있는가. 물론 대표팀 입장에서는 권력의 최고층이 오라면 가야겠지. 하지만 격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최고 강자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대응했으며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면 지금 정권은 어떤가. 세계 최고 권력들과 능력면에서 자질면에서 그리고 행동면에서 대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실제로 브라질은 세계 최고 위치이다. 축구에서만 보면 그렇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의 최고는 어디인가. 그래도 아직 미국 아닌가. 한국과 미국의 권력이 맞붙었을때 과연 한국과 브라질 축구처럼 그정도로 할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인가. 한국 권력은 반성해야 한다. 괜히 그냥 숟가락 하나 걸친다는 기분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을 부르지 말라. 한국 축구 대표팀 그들은 정말 축구에 관한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권력은 어떤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라. 그리고 반성하시라. 단언컨데 지금 한국 권력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만날 자격이 없다.
2022년 12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