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문을 열어 본다. 2023년 새해 첫날은 밝았는데 시야가 뚜렷하지 않다. 초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을 보이고 있다. 내가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곳인데도 지금 공기 상황이 이렇다. 초미세먼지는 전국을 가리지 않고 공습한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마스크는 계속 쓰야하는 숙명같은 인생인가 보다. 올해 2023년은 매우 힘든 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침체 나아가 경제 위기상황이라는 우울한 예보이다. 일년이 다 되어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구촌 어느 한곳의 분쟁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세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세계적 에너지 강국이자 농작물 대국들의 전쟁은 그 피해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촌은 외교력을 상실했다. 약육강식의 정글이 노골적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북한은 새해 첫날인 오늘 (2023.1.1)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한다. 외교력이 상실된 곳에서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현실이다. 오늘 아침 초미세먼지가 한국의 앞날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요상한 현실이 아닌 이 땅에 사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경제침체와 외교 상실은 나와 너때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요 한계에서 오는 것이다. 난기류속에 제대로 항해할 수 있는 선장과 기장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나와 너이지 하늘의 잘못은 아니다.하지만 같은 배를, 같은 항공기를 타고 있는 우리가 그 안에서 서로 네탓이라고 치고 받고 하다가는 그야말로 침몰 내지는 추락하고 만다.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지금 이시간에도 치고 받는 정치권과 극단적 보수와 극단적 진보세력이 엄연히 존재 아니 숱하게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울해할 수만은 없다. 위축돼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 능력으로 절대 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물론 내 스스로 결정과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은 당연히 변화시켜야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세상에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면 그런 상황을 즐겨야 한다. 미친 놈처럼 히히대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뜻이다. 매시간 생과 사가 교차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안에서도 삶의 찬가를 부르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인간으로서 당하면 안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그런 수모를 오히려 숙명처럼 즐긴 사람들은 생존했다는 데서 생의 중요한 의미를 깨닳게 된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는 절대 속도를 내면 안된다. 안개가 자욱한 도로에서 속도를 내다가는 대형사고를 야기하게 된다. 짙은 안갯속을 운행할 때는 속도를 대폭 줄이고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어야 한다. 하지만 마냥 긴장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멋진 과거 추억도 생각하고 옆에 있는 가족들과 희망의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래야 중단하지 않고 운행을 할 수가 있다. 조그마한 것에도 만족해야 한다. 고도성장 압축성장에 현혹돼 그저 빨리빨리만 외쳐대다가는 앞차를 추돌하고 다리에서 떨어져 버리고 만다. 천천히 가는 그 속도에서도 조그마한 기쁨과 만족을 얻어야 한다. 천하의 절세미인에게 느낄 수없는 아름다움을 내 아내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메시의 월드컵 우승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인간승리를 내 볼잘 것 없는 아이에게서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2023년은 참으로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려움이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냥 위축되지 말고 그 속에서 작은 즐김 그리고 기쁨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허겁지겁 무슨 맛인지도 모르면서 진수성찬을 먹는 것보다 천천히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는 것이 더욱 가치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실천 가능한 정말 실천 가능한 일을 하나 둘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내세워 스스로 좌절하는 누를 범하지 말고 너무 하기 쉬운 일부터 하나 둘 이뤄나가면 필히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힘든 2023년이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작은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찾아 본다면 올해 연말 2023년 12월 31일에 그래도 살 가치가 있은 한 해였다고 회상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2023년 1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