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밤마다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나는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설비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하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기 위해 무척 욕심을 부렸다. 마치 자기 육체에 날마다 영양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날마다 밤마다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읽기와 쓰기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나도 모친과 함께 지내지 않고 파소우와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언제나 선생과 마주 대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힘써 공부한 것은 고전어였지만, 그밖의 책을 통하여 전부터 익혀온 수학과 역사 공부에 힘을 기울였다.
----쇼펜하우어, [나의 반생半生]({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쇼펜하우어는 1788년 독일의 단히치에서 태어났고, 1860년 염세주의 사상가로서 그의 외롭고 고독했지만, 매우 행복했던 생애를 마치게 되었다. ‘세계는 의지의 표상이다’라고 그가 역설했을 때, 그것은 ‘나의 의지가 있고 세계가 있다’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의지 자체가 ‘만악의 근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의지를 부정하는 염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염세주의는 무욕망, 무집착, 또는 불교적인 해탈의 세계를 지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아버지는 부유한 상인이었고, 어떻게 해서든지 쇼펜하우어를 그의 대를 이어서 훌륭한 상인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천성적으로 철학자로서의 재능을 타고난 쇼펜하우어는 소위 정상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했고----상인으로서의 견습생활을 하느라고----, 매우 뒤늦게 독학을 하다시피 하여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은 쇼펜하우어가 1818년 그의 최고의 역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완성하고, 베를린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싶다고 쓴 ‘자기소개서’의 일부라고 할 수가 있다.
“마치 자기 육체에 날마다 영양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날마다 밤마다 지식을 흡수하기 위해 읽기와 쓰기에 힘을 기울였다.”
만일, 붉디붉은 피가 생물학적인 피라면, 지식이라는 피는 우리 인간들의 영혼의 피라고 할 수가 있다.
소위 최종심급은 지식의 피이며, 영혼의 피라고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반경환, {쇼펜하우어}에서
반경환 {쇼펜하우어}